Page 81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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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8x91cm  Acrylic on canvas                116.8x91cm  Acrylic on canvas








                                  황혼 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는 머릿속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들을 떠올려준다.
                                       장마가 끝난 뒤 하얗게 물거품을 일으키며 흘러가던 계곡의 물줄기,
                                      녹색 형광 빛이 뿌려지고 있던 잔디밭, 태고의 정적이 깃든 바다와 같은
                                       풍경들이 떠올라 왔다가 사라져 간다. 그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풍경들을 하나로 묶어낸다. 그것들의 공통적인 운명은 일몰 속으로 사라져가        는다”고 말한 “마르셀 뒤샹”은 자기 작품의 때를 벗겨내고 방부 처리하여 필라
            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델피아 미술관에 전시하는 모순적인 일을 한다. 인간세계가 유지되는 한 그런
                                                            모순적인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한 때 생생했던 풍경들은 먼지를 먹고 사라져 가고, 그 풍경들을 배경으로 떠
            올라오던 여인들도 희미해져 가고, 그것을 기억하던 사람도 흩어져 간다. 기       환상을 기록하지만 그 모든 작업이 불멸이 아니라, 덧없는 환상을 기록하는
            록되지 않은 환상은 바람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마르셀 뒤샹”은 “    것이라고 자각하고 있다면 그것에 속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
            그림도 70년만 지나면 시커멓게 변색된 채 사람과 함께 죽는다.”라고 말했었      에 숨겨둔 애착도 창문을 흔들고 지나간 비바람 소리처럼 덧없는 환몽일 뿐
            다. 불멸에 대한 집착은 어리석은 고집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고인 물 위에     이다. 그러한 자각이 환몽의 세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명의 세계에 도달하
            잠시 어른거리다가 증발되는 환영일 뿐이다.                         게 만든다. 사라지고, 흩어졌던 모든 인연들은 그 생명의 공간에서 하나가 되
                                                            어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공간에 용해되기 위해 신현욱은 환상을 기록하는 덧
            변색되어 사라진다는 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시커멓게 변색되는 그림을 방부        없는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
            처리하는 힘으로 인간세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그림도 사람과 함께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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