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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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기행 (4) 북한기행 (3)
이상과 같이 故 황창배 작가는 한국화의 현대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는 자신만의 고유영역을 만들어냈으며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그야말로 한국
화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의 파
격과 일탈에는 그 이상의 의미는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무법에는 그
가 깊이 있게 터득해나간 학문과 예술 즉 미술사, 한학, 문인화, 채색화, 서예,
전각, 초상화, 민화 등을 완벽히 체득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의 파격과 일탈은 어쩌면 가장 깊은 학문과 예술 능력 바
탕 속에서 가장 순수한 세계를 찾아내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으며 그 귀결점
은 언제나 우리 것을 향하고 있다.
故 황창배 작가는 한창 작업을 할 나이인 55세에 암으로 명을 달리하여 아쉬
움이 크다. 이에 그간 미술평단과 학계에서 여러 형태로 그의 삶과 예술을 조
명하는 크고 작은 특별전을 개최해 왔다. 최근에도 황창배 작가의 재조명 작
업이 계속해 이루어지면서 그의 회화적 업적을 찬양하면서 깊게 고찰하는 기
회가 되고 있다. 어느덧 타계한지 18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전통의 현대
적 계승과 한국적 정체성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겸재정선미술관
에서 1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맥락에서 〈황창배의 일탈, 한국화의 이정표〉
일탈미학(5)
란 제목으로 특별기획전이 마련됐다. 유족이 간직하고 있는 43여점을 선보
일 예정인데, 1관에는 황창배 작가의 작품세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들로
써 먹과 채색의 자유분방한 표현을 통해 산수와 인간이 뒤섞여 마치 ‘숨은 그
림 찾기’를 하는 듯 모든 사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부터, 민화적 요소가 가
미된 19점의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2관에서는 북한 기행 작품들로, 그는 1997
년 12월 남한의 화가로서는 처음 북한을 방문(중앙일보 통일문제연구소의 ‘
북한 문화유산조사단’ 일원으로 방문)하여 그의 눈을 통해 북한의 모습을 담
은 24점의 작품으로 구성하여, 2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 그 당시 북한의 모습
들을 살펴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번 황창배 특별전은, 한국 미술계에도 의미 있는 전시로 기록될 것이며, 전
통과 현대성이라는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황창배의 일탈, 한국화의 이
정표》특별 전시를 통해 창조적 소통, 공감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 동안 황창배 작가가 남긴 작품을 잘 소장한 유족에게 감사를 드리며, 진정
황창배 작가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일탈미학(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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