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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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피어나리, 41x32cm, 2024                              백제 왕비 납시오, 182x122cm, 2021




        채색화, 힙트래디션(Hip-tradition)                       션(Hip-tradition)’이라는 맥락에서 ‘충청-백제라는 역사적 메시지’를 채색화
        김은희 개인전                                         의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풀어낸다. ‘힙(hip)’과 ‘트래디션(tradition)’의 합성
                                                        어인 힙트래디션은 과거의 전통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을 넘어, 이를 세련되
                                                        고 트렌디한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보편
                                                        성을 찾는 동시에, 미술관-미술시장-비엔날레로 이어지는 ‘21세기 미술-판(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場, Art World)’을 조망하듯 연결하는 것이다. 작가는 기계시대의 미학을 한국
                                                        채색화와 연결해, 대중성과 예술성을 하나의 전시로 펼쳐내는 탁월함을 발휘
                                                        한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테미갤러리(6호관사)’는 과거와 오늘의 대화를 통
                                                        해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공간이다. 전통기법을 되살린 김은희의 오브제들과
        “시대를 잇는 빛,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듯,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만나 ‘층층이 스며든 한국미의 발현과정’을 부각시킨다는 뜻이다. 작가는 과
        순환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왕비의 흔적은 과거에 머        거의 욕망을 현재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당대 최고 미감이 현대에 어떻게 복
        물지 않는다. 영광의 고귀함과 품격은 시대를 넘어 흐르며, 지금 우리의 새로      권될 것인가’를 질문한다. 작품의 제재인 모란·연꽃·매화, 금동대향로의 박산(
        운 역사로 피어난다. 이번 전시는 존재의 순환 속 자아 탐색의 여정이다. 흔들     博山), 두침과 족좌, 오봉도(五峯圖)와 왕비초상 등은 ‘그 시대(當代) 최고미감
        리는 세상 속에서 헤리티지를 오늘의 눈으로 탐색해본다.” - 김은희 작가노트      을 건져 올려, 대중적 에너지로 환원시킨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의 끊임
                                                        없는 순환 속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한국 채색화’의 여정은 백제 고
        대전 테미갤러리 6호관사(4.22-8.16예정)에서는 한국 채색화에 스며든 특성    분에서 되살아난 왕비의 흔적처럼, 오늘의 우리를 고귀한 존재로 부각시킨다.
        을 농익은 레이어로 연결한 김은희의 개인전이 열린다. 처음 만나는 프롤로그       지금-여기 되살아난 새로운 전통, 그것이 존재탐색자로서 김은희가 지켜낸 힙
        인 영상작업 〈존재의 순환–피고, 지고, 흐르고, 빛나는〉에서는 작가의 세계관     트래디션(Hip-tradition)이 아닐까 한다.
        이 펼쳐낸다. 전시는 ‘1부 화개(花開), 춤추다-2부 유수(流水), 흐르다-3부 귀
        환(歸還), 빛나다-4부 순환(巡還), 만나다’라는 전개 과정 안에서 헤리티지를    존재의 순환–피고, 지고, 흐르고, 빛나는
        향한 김은희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리드미컬한 꽃’의 에너지가 ‘창조적 고
        고학’으로 나아가는 전시방식은 한국화와 보존수복을 동시에 연구한 작가만         존재의 순환은 작가의 영상작업 테마이자, 평생에 걸쳐 연구해온 채색화 작
        의 거시적이고도 미시적인 다층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힙트래디       품들의 합(合)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두침족좌(頭枕足座: 목베개와 발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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