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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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회화에서는 용을 선량한 기독교도들을 괴롭히는 악
                                                                       한 동물로 묘사하면서 격멸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
                                                                       한 악한 용을 물리치는 인물로 유럽 각국에서 수호성인으
                                                                       로 추앙받는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로서 14 성인 가운데 한
                                                 공주 마곡사 대웅보전 대들보 운룡도
                                                                       사람인 성 게오르그(Saint George, 미상~303)가 등장한
                                                                       다. 게오르그라는 이름은 농부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파
                                                                       생하여 라틴어로는 게오르기우스(Georgius), 영어로는 조
                                                                       지(George)라고 한다. 중세 이후 일반적으로 백마를 탄 기
                                                                       사가 칼이나 창으로 용을 찌르는 장면을 그렸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유명한 외젠 들라크루
                                                                       아(Eugene Delacroix, 1798~1863) 도 1847년 용과 싸우
                                                                       는 성 게오르기우스를 그렸으며, 라파엘로 산티(Raffaello
                                                                       Santi, 1483~1520)도 1504년  용과 싸우는 성 게오르기우
                                                                       스를 그렸으며, 파올로 우첼로(Paolo Uccello, 1397~1475
                                                                       경)는 13세기에 출판된 <황금전설>의 성 게오르그 이야기
                                                                       를 그린 작품으로 공주가 허리끈을 이용해 용을 퇴치하는
                                                                       성 게오르그를 돕는 모습을 그렸다.

                                                  해남 대흥사 일주문 대들보 운룡도   이밖에도 이집트 올드카이로 성 게오르그 교회에는 303
                                                                       년 로마 박해 때 순교한 초기 기독교 순교자인 성 게오르
                                                                       그가 백마를 타고 날개 달린 용을 창으로 찌르는 순간과 화
                                                                       면의 오른쪽 상단에 성 게오르그가 용으로부터 구출한 공
                                                                       주가 이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표현한 모자이크화가 있
                                                                       다. 코카서스(Coucasus)의 조지아(Georgia) 바그라티 대
                                                                       성당(Bagrati Cathedral)에도 성 게오르그가 백마를 타고
                                                                       날개 달린 용을 창으로 찌르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지아에서는 붉은 방패에 말 탄 게오르그
                                                                       성인이 성스러운 십자가창으로 용을 찌르는 모습이 그려
                                                                       진 국가문장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용(龍)은 제왕을 상징하여 뛰어난 사람이나
                                                                       큰 성취를 의미하였다. 입신출세하는 관문을 등용문(登龍
                                                                       門)이라고 하였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속담도 있으며, 복을 가져
                                                                       다주는 존재로서 용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또한 여의주(如意珠)를 얻으면 용처럼 온갖 신통
                                                                       력을 부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 단청(丹靑)에서는 대들보나 천장에 하늘로 승천하
                                                                       는 용을 오색구름과 함께 그린 운룡도(雲龍圖)가 많이 그
                                                                       려졌다.  용은  전통적으로  제왕을  상징하는 신수(神獸)
                                                                       로 여겨져서 용의 도상은 예부터 회화나 공예에서 두루 중
                                                                       요한 모티브로 활용되었다. 한 마리를 그릴 때도 있지만 대
                                                                       체로 두 마리의 쌍룡을 그렸으며, 소용돌이치는 구름이나
                                                                       물결 사이로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며 용트림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벽사와 길상(吉祥)을 상징하였기 때문에 단청
                                                                       에서부터 궁중 회화, 민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그
                                         이집트 올드카이로 성 게오르그 교회 모자이크화
                                                                       려졌으며, 왕실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널리 확산되어 모든
                                                                       계층이 선호하는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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