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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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핸드릭 릴랑가 Hendrick Lilanga
미술 교과서에서 가장 환영받는 아프리카 작가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Funny life_Gloss on canvas_120x200cm_2024
아프리카를 다니며 전망 있는 미술가와 토속 민속품을 발굴하는 데 일평생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선보이는 핸드릭 릴랑가의 ‘Funny
을 바쳐온 갤러리 통큰 정해광 대표는 국내외를 막론한 전시 유치를 통해 Life’, ‘Happy Library’는 최신 작품으로, 기존의 작품보다 좀 더 복잡성을 띤
팅가팅가(Edward Saidi Tingatinga/탄자니아/1932~1972), 음파 두(Joël 구성을 볼 수 있다.
Mpha Dooh/카메룬/1956~), 릴랑가(Hendrick Lilanga/탄자니아/1974~), 카
사(Adugna Kassa/에티오피아/1978~), 루게(Liby O. Lougue / 부르키나 파 ‘Funny Life’는 들소의 가죽에 낙서인 듯 무늬인 듯 긁은 듯한 스크래치가 가져
소/1987~) 등 아프리카 작가들을 소개해 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번 2022 오는 회화적 표현이 통상적인 릴랑가 작품 같지 않아 오히려 선호하는 작품이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2025년 3월 1일부터 새롭게 출판된 초·중·고 미술 교과 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첩의 구성이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누구는 뒤에 있고
서에 컨템포러리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게 게재될 수 있 누구는 앞에 있어서 관람자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무대 공간 안
었다고 생각한다. 본인 또한 정대표 덕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미술, 미술창 에 병렬적으로 나란히 위치함으로써 평등한 수평의 관계가 고려되었음을 보
작(㈜씨마스 발행) 교과서에 이들의 작품을 실을 수 있었다. 여준다. 이렇게 풍경을 배경으로 들소를 타고 앞뒤로 끌고 옆에서 걷는 등 위-
중간-아래로 구분된 사람들은 저마다의 악기를 들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
그간 강한 회화성이 특징인 음파 두를 선호하여 ‘조엘 음파 두, 아프리카를 담 내고 있다. 이렇게 단순화된 형태와 무대 같은 수평적 구성은 원시성과 야만의
다’(2022년 11월호)라는 컬럼을 쓴 바 있는데, 그 다음으로 다시 아프리카 작 풍경을 묘사한 루소(Henri Julien Félix Rousseau/프랑스/1844-1910)를 연
가를 선택한다면 또 다른 면에서 회화성이 풍부한 카사가 될 줄 알았다. 그런 상케 하는데, 루소처럼 릴랑가도 전문적인 테크닉을 고려하기보다는 순수하
데 이번에는 핸드릭 릴랑가다. 릴랑가는 ‘정해광의 African Art Essay’(월간 고 소박하지만 삶의 강렬한 에너지를 화면을 통해 온전히 전달하기 때문이다.
미술세계 2024년 10월호)에도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핸드릭 릴랑가의 외조
부 조지 릴랑가(George Lilanga/탄자니아/1934-2005) 역시 미술가로, 해링 ‘Happy Library’는 책을 매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장소로서의 서점 내부를
(Keith Haring/미국/1958-1990)도 스스로 밝혔듯이 해링에게 큰 영향을 끼 보여준다. 수적, 양적으로 활력감과 확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견
친 인물이다. 조부와 손자의 작품 스타일이 유사하여 구별 안 되는 것처럼 보 홍경택(한국/1968-)의 ‘서재’ 연작을 연상케 한다. “함께 모이고 흩어지며 각
이지만, 일견 중첩을 통해 보다 다양한 구성을 보이는 것은 손자 핸드릭 릴랑 자 자기 자리에서 전체를 구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형다미 미메시스 아트
가이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일상의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뮤지엄 선임 큐레이터)는 말처럼, 기호와 같은 홍경택의 오브제들은 거대하
방식이라든가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색채, 행복한 삶 등의 적극적인 표현은 고 정교한 법칙을 따르는 듯 하나하나가 앞으로 다가오는데, 그와 달리 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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