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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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밥상에 올랐다. 봄나물


        글 : 장소영 (수필가)














































        봄은 밥상 위의 나물과 함께 온다. 남녘 바다부터 시작해 들과 산의 양지에       윗세대의 어린 시절은 봄나물을 채취하여 말려두었다가 쌀이나 보리 한 줌에
        서 꼬물꼬물 생명의 기운으로 움튼다. 땅을 뚫고 올라온 새파란 기운이 우        나물죽을 쑤어 허기진 배를 그나마 채울 수 있었다. 끼니마저 늘려 먹던 힘겨
        리에게 다가온다. 이윽고 밥상에 오르는 나물이 달라지면 계절이 달라진다.        운 시절의 식재료였다. 대대로 구황 식량으로 배고픈 사람들에게 한 끼가 되
                                                        어준 나물은 쓰고 질긴 맛이 단맛이 날 때까지 곱씹는 맛이었다.
        4월이면 집 근처 노점에는 냉이, 달래, 머위, 취가 쏟아져 나와 지나가는 사람
        들을 유혹한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섬주섬 고루 사 오면 다듬고 씻고 데      단군신화에서도 말린 쑥이 등장한다. 이는 오랫동안 나물에 한국인의 뿌리
        치고 조물조물 무치는 과정이 귀찮다. 하지만 밥상은 풍요로워지고 없던 입        깊은 정서가 담겨있음을 알게 한다. 조상들이 지혜롭게 식별해서 전해준 큰
        맛도 돌아오게 하니 그 번거로움도 알차다.                         유산인 나물들은 움트는 새싹에서 나오는 향기와 오감을 자극하는 맛을 지
                                                        녔다. 봄나물을 조리할 때는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해 자극이 강한 양
        봄나물은 이름만 들어도 풋풋한 냄새가 물씬 풍기고 특유의 향기로 식욕을         념을 최소화한다. 적당히 삶고, 나물의 향기와 맛이 가장 잘 살도록 조미하
        돋운다. 겨우내 움츠렸던 활동량이 증가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많은 영         는 것도 중요하다.
        양소가 필요한 봄철에 비타민을 함유한 영양소가 풍부해 춘곤증을 예방해 주
        니 고마울 따름이다. 거센 바람을 견디고 대지의 자양분을 머금은 봄나물은        흔히 정치나 사회, 달라지지 않은 조직을 비아냥거릴 때 ‘그 나물에 그 밥’이
        계절을 타 입맛을 잃은 사람들에게 보약보다 소중한 자연의 선물이다. 진시        란 말을 하곤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나물만 해도 무려 300여 가지나 된다.
        황이 동방에서 불로초를 찾으려 했다는데 이 나물이 불로장생과 회춘의 비         맛, 식감, 향이 제각각이고 나물을 다루는 방법 또한 그에 못지않은데 그 나
        약일지 어찌 알랴.                                      물에 그 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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