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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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Milky Way Acrylic on canvas 145x97cm 2024
름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친 표면의 물성은 그 자체로 겨울 나무껍질을 그릴 때는 자신도 함께 거칠어지는 감정을 느끼고, 색의
존재의 흔적을 암시하며,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인간 내면의 감정과 기억 조화가 중요한 추상화를 작업할 때는 색 자체가 만들어내는 조형적 아름
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다움에 심취한다. 그에게 있어 작품은 단순한 기법의 결과물이 아니라, 자
신이 경험하는 감정과 시간의 축적이며, 그 안에서 균형과 조화를 찾는 과
작가는 미술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정이다.
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단순한 개인의 내면 탐구를 넘
어, 정치와 종교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젊은 작가들에게 그는 명작을 많이 보고, 발품을 팔며, 끊임없이 고민할 것
인간의 욕망과 불완전함,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공존한다. 을 권한다. 단순히 기교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가진 본질적인 가
이러한 관심은 그가 작품을 통해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 치를 탐구하고, 역사와 사회적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해야 한다
니라, 사회적 메시지와 감정의 진폭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 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길에서 체득한 예
러진다. 작품의 형태와 색채는 때로 거칠고 극단적으로 대비되지만, 그 속 술적 태도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고민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
에는 항상 균형과 조화를 향한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아 있다.
미술시장에 대한 그의 시각 역시 흥미롭다. 현대 미술시장은 자본주의 논 그는 앞으로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좋은 그림이란 단순히
리에 종속되어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흐름 속에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그림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행복을 주고, 감상자
서도 개별 작가의 고유한 정신과 노력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 에게도 감동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고, 누
술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작가의 철학과 깊은 사유가 담긴 결과물로 받 군가에게는 평온함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그가 추구
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그의 입장은, 그의 작품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는 예술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단순히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와의 깊은 교감
을 통해 의미를 형성해 나가기를 원한다. 박월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내
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예술적 여정을 담고 있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어떤
작업 과정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몰입이다. 대상 속에 빠 방식으로 확장되고 변화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져들어 그 자체가 되는 순간, 그는 비로소 그림이 살아 숨 쉰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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