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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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녹취록Vol.5,2022-2024, 캔버스에 목탄, 546x2270cm
작가 이재삼은 화단 입문 초기 설치미술작가(installation art)로 활동하며 당 의도하는 묵의 유희위에 사군자의 파안(破眼)을 하듯 색채의 생명을 불어 넣
시 이불, 최정화, 신영성등과 함께 젊은 설치미술가로 활발한 활동과 작품발 은 감흥으로 더없는 홍색의 화려함을 감상 할 수 있게 한다. 18m가량의 광목
표를 해왔다. 우리 화단에 평범한 작업의 길 보다는 실험적이고 무언가 일상 천 캔버스에 은은한 달빛을 머금은 동백은 흑과 백이 얼마나 화려 할 수 있는
적이지 않은 작업관을 작가 정신으로 더욱 가치 있게 생각하여 실천해 왔다. 가를 감상 할 수 있는 시각적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블랙 나무, 썩은 나무, 버려진 나무, 자연의 나무에 묵(黙)과 흑연을 코팅을 하 표현하기 위해 전남 광양의 동백나무 숲을 탐닉하고 홍색의 파격적인 콜라보
여 낚시 줄 등으로 매달아 이미 이 시점부터 탄소의 물성에 대한 오브제의 가 로 목탄이 가지는 물성을 더욱 확장해 주었다.
치에 접근해 왔는지도 모른다. 30대 중후반 들어 작가의 고심은 또 다른 작업
관의 확립으로 국면을 맞이한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적인 표현의 가치를 탐닉 2층의 전시실은 이재삼작가와 사비나 미술관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얼마
하기에 이른다. 나 깊은 고심과 전시 기획적 완성도를 위해 노력했는지 시각적 압도감으로 느
낄 수 있게 해준다. 메인 전시홀의 2층 전시관은 작가의 작품 디스플레이 수
목탄이라는 오브제는 이재삼 작가에게 새로운 환타지를 제공했다. 작가는 극 준이 설치회화라는 새로운 시각성을 제안한다. 벽면의 형태를 고려한 21개의
히 한국적인 토속의 채료인 목탄이라는 탄소에 심취하여 20여 년간 내구성 캔버스가 5층까지 열린 공간을 활용해 설치되어 장엄한 시각이미지에 감상자
과 보존성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작가만의 독창적 표현과 채료의 안정성을 확 는 작은 존재임을 동의하게 한다. 5m 위에 그려진 달빛에 은은히 어리는 물
립하게 되었다. 안개는 작가가 남한강을 지나며 경험한 몽환적 물의 세계에 대한 기억의 소
환이다. 물안개 머금은 호수 위 300여살의 종덕리 왕버들나무는 중엄한 신비
2025년 사비나미술관 전관에 목탄화가 이재삼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1층 감으로 부유하고 있다. 2층은 물을 모티브로 하는 근작이 시각설치 유형으로
로비에서 티켓을 사고 전시관으로 올라가면 (4층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 일 전시되고 있다.
듯) 4층 전시실은 이재삼 작가의 초기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인물화를 주 모
티브로 자화상과 함께 목탄회화의 길을 개척하는 작가의 깊은 고심의 흔적을 “물을 그림은 비움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것은 체험이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
심미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목탄의 질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광목천과의 조 요. 캔버스 광목천 자체가 물이 되니까 그 자체가 무단계가 돼요....”
우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인물과 동물의 초상이 동화의 세계처럼 펼 -2025년 이재삼작가와 대담 중. 사비나미술관-
쳐지는 ‘저 너머’ 연작은 초기 목탄화의 재질탐구에 따른 순수성의 접근으로
보인다. 흡사 아프리카나 동유럽의 오래된 동판화를 감상하듯 단순하면서도 이재삼 작가는 물을 그림에 있어서 한국화의 여백의 미를 통한 비움이 의도하
내면의 깊이 감을 드러내며 감상의 환타지를 경험케하는 고전의 이야기 세계 는 물의 의미를 함의한다.
로 스며들게 해 준다.
작가가 단색의 숯을 통해 그리는 달빛을 머금은 대나무, 소나무와 매화 등의
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는 이재삼 작가가 나고 성장한 강원도의 숲이 마음의 목탄을 머금은 나무들과 폭포, 물안개를 통한 무단계의 여백, 그리고 초창기
안식으로 포근히 안아준다. 작가는 숲을 이루는 나무 한그루 한그루의 개체를 인물들의 작업 역사는 설치미술작가로 활동하던 그 시점부터 이미 월천이 있
소중한 가치로 관찰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그 한그루 나무의 표현을 위해 300 음이다. 나무와 그 몸체가 태워져 탄소로 재 탄생되고 흑연 코팅등을 통한 탄
년 500년 된 나무를 검색해서 강원도를 벗어나 전국을 찾아다니며 회화의 기 화의 이미지 생성은 생명의 순환이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으로 자리하고 있음
초적 구도상 표현보다 내연의 심미감을 화폭으로 연동 하고자 원경, 중경, 근 이 깊은 감흥으로 전달되었다. 나무의 탄화는 그 생명이 끝남이 아닌 이재삼작
경의 제 각각의 표정을 시각적 원천으로 삼아 정화 하여 작가 스스로의 시각 가의 심미감으로 새로운 환생을 이루어 달빛아래 녹취되고 있다.
적 모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재삼 작가의 동백나무에서는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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