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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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공주 마곡사 대웅보전 전경
대들보, 천장 단청에 그려진 운용도 미치는 비와 가뭄, 홍수 등을 다스리는 존재로 숭배되어 가뭄이 들면 용의 형
상을 본떠 춤을 추면서 기우제를 지냈다.
(雲龍圖)와 성 게오르그(Saint George) 우리나라에서 용은 고대부터 풍운(風雲)의 조화를 다스리는 수신(水神)이나
해신(海神)으로 여겼다. 그래서 국가의 수호신이자 왕실의 조상신으로 받들었
으며, 농경을 관장하는 비의 신으로서 풍년(豊年)을 빌었으며, 풍파를 주재하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는 바다의 신으로 풍어(豊漁)를 기원하기도 했다.
4세기 이후 고구려 고분의 사신도(四神圖)에 용이 그려졌으며, 뱀이 500년을
살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물에서 500년을 지내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
간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용을 미르라고 부르는데 이무기는 지역에 따라 이
우리나라만큼 용(龍)을 좋아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없을 것이다. 용 시미, 영노, 강철이, 꽝철이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중국이나 불교와는 무
은 사신(四神) 중의 하나이며, 봉황 · 거북 · 기린과 함께 사령(四靈)이라 불려 관하게 고유한 우리의 문화적 전통이 다양하게 존재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온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로서 신성시하였다. 문명의 발상지인 고대 이집트
나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에서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며 민간 신앙의 대 서양에서 용은 dragon이라 하는데 본래 큰 뱀을 뜻하는 draco라는 라틴어
상으로서 귀하게 여겨왔다. 용의 모습이나 기능은 지역과 민족에 따라 또는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악어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무섭게 드러내고 있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그림이나 조각의 표현에서도 차이를 보여왔다. 며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이 뱀에 무서운 이미지를 덧붙여서 탄생하게 된 상
상의 괴물인 듯하다.
우리나라의 용은 고대로부터 중국의 용과 비슷하였는데 거대한 뱀을 닮은 형
상을 하고,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또한 우리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큰 뱀이 우주 생명력의 순환과 재생을 이
나라나 중국 등 동양의 용은 몸에 비늘이 나있고, 큰 눈과 긴 수염이 있으며, 끄는 상징으로 여겼지만, 인간 세계와 대립되는 죽음의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
입으로 불이나 독을 내뿜으면서 네 개의 발에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모습으로 로서 죽음과 파괴의 힘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묘사된다. 이는 원시 종교에서 뱀을 신격화하여 부활과 재생의 신성한 힘을 구약성서의 <욥기>에는 뱀이나 악어와 비슷한 형상으로 입과 코로 불과 연
지닌 상서로운 동물로 숭배하며 형상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양의 기 기를 내뿜는 거대한 바다의 괴물로 묘사되었으며, <창세기>에서는 인간을 유
독교 문명에서는 악(惡)과 이교(異敎)를 상징하여 퇴치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혹하는 죄악의 근원인 동물로 인식되었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에서도
용은 천사들과 싸움을 벌이는 악마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기독교의 확산과 함
고대 인도의 신화에서는 용을 나가(Naga)라고 하여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하고 께 용은 신의 은총을 방해하는 악마이며 이교(異敎)의 상징으로 여겨져 천사
지하세계에서 대지의 보물을 지키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불교에서는 불법(佛 와 기사에게 퇴치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사의 수
法)을 수호하는 용왕(龍王)으로 표현된다. 용왕은 강과 호수, 바다를 지키는 물 호성인으로 받들어지는 성 게오르그(Saint George)가 백마를 타고 인간을 제
의 신으로 겨울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살다가 봄에는 하늘로 승천한다. 천기 물로 요구하는 용을 퇴치한 전설이 널리 퍼졌으며 용은 기사와 성인(聖人) 이
(天氣)를 다스리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 용왕이 화가 나면 가뭄이 들고 그 화를 야기에 폭넓게 등장하였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용의 상징적 의미는 다양하
달래야만 비를 내려준다고 여겼다. 중국에서 용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 게 확산되면서 적에게 두려움을 주는 전투의 수호자로서 고대 그리스 시대부
는 신이(神異)한 영수(靈獸)로 여겼으며, 십이지(十二支) 중에서 유일하게 실 터 방패 등에 용의 문양이 쓰였다. 북유럽의 바이킹도 방패와 뱃머리 등에 용
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로서 진(辰)이라 하였다. 의 머리를 새겨 넣었다. 지금도 영국의 웨일스에는 켈트족의 수호신인 적룡(
赤龍)이 백룡(白龍)을 물리친 전설이 전해지며, 날개 달린 적룡(赤龍)은 웨일
아울러 우주에 존재하는 신성한 자연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농사에 영향을 스를 상징하는 왕실의 문장(紋章)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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