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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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달항아리-세상을 품다. 86.0x75.0cm,  Mixed media




        백자가 가진 균제성을 작가의 노동으로 연결해서 더욱 가치가 있다. 달항         (無心)의 미학은 비틀린 비대칭과 만나 21세기의 풍요와 맞닿는 것이다.
        아리의 공식 학명은 백자대호(白瓷大壺)이다, 달항아리라는 정겨운 이름          김선의 달항아리에 있는 유백색의 뉘앙스는 크게는 다섯에서 좁게는 셀
        을 붙인 이는 앞서 비균제성을 언급한 고유섭 선생이다. 하이얀 자기(磁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뉘앙스로 우리와 만난다. 실제 수려한 곡선과 아
        器: 사기 그릇)이 달을 품었다는 의미다. 무광무색(無光無色)의 순수로 느       름다운 유백색을 지닌 달항아리는 평균 45~55센치 사이를 빼어난 수작
        껴지지만, 모양새와 색감이 같은 달항아리는 단 한 개도 없다. 미술사학         으로 말한다. 조선 도공의 달항아리를 소유할 수 없다면, 작가의 현대화
        자 김원룡(三佛 金元龍, 1922~1993)은 달항아리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     된 균형 미감을 풍요의 에너지 속에서 소장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김선의
        “원은 둥글지 않고 면은 고르지 않으나, 물레 돌리다 보니 그리되었고, 바       달항아리는 빙렬감각을 우리의 인생 드로잉처럼 새겨넣은 ‘백색 미감의
        닥이 뒤뚱거리나 뭘 좀 괴어 놓으면 넘어지지 않을 게 아니오. 조선백자         세련된 조화’가 아닐까 한다. 만인(滿人)을 비추는 만추(晩秋)의 감각 속
        에는 허식이 없고 산수와 같은 자연이 있기에….” 달항아리에 담긴 무심         에서 달빛처럼 넉넉하고 귀한 ‘김선의 달항아리’와 만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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