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샘가 2024년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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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아직
                  꽃도 피지 않았고
                  동토는 긴 잠을 깨지 않았는데

                  나무는
                  물이 오르고
                  꽃망울에 기지개를 켜고


                  한겨울에도
                  생명을 보호한
                  찬 이불 거두어냅니다.

                  해 기울어져
                  몸에 담긴 물
                  아쉽지만 다 빼내고

                                              그래서
                  초라한 몸
                                              마른 나무는
                  부끄러워도 가렸던
                                              꽃보다 먼저 봄을 누리며
                  잎마저도 다 내려놓았는데
                                              동토에서도
                  비움이
                                              생수를 마시고
                  혹독한 겨울에도
                                              긴 갈증을 해소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했습니다.
                                              세상을 위해
                                              꽃눈을 열고 꽃을 피고
                                              잎눈을 열어 옷을 입습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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