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아직
꽃도 피지 않았고
동토는 긴 잠을 깨지 않았는데
나무는
물이 오르고
꽃망울에 기지개를 켜고
한겨울에도
생명을 보호한
찬 이불 거두어냅니다.
해 기울어져
몸에 담긴 물
아쉽지만 다 빼내고
그래서
초라한 몸
마른 나무는
부끄러워도 가렸던
꽃보다 먼저 봄을 누리며
잎마저도 다 내려놓았는데
동토에서도
비움이
생수를 마시고
혹독한 겨울에도
긴 갈증을 해소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했습니다.
세상을 위해
꽃눈을 열고 꽃을 피고
잎눈을 열어 옷을 입습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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