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전시가이드 2023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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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Gladiolus, 130x89.5cm, oil on canvas, 2023
2023. 5. 4 – 5. 17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3길)
숲속의 귀신 (Ghostess in the Forest) 혼령을 이미지화하는 데에는 인종, 장소, 문화, 역사에 따라 다르다. 한국에서
김호준 초대전 귀신은 여성으로 대변되지만 서양에서는 유령이 남성적 이미지가 강하다. 귀
신의 이미지인 Ghostess는 마치 Hostess 처럼 유사한 어감으로 나에게 다가
왔다. 숲이 지니는 안식과 경외의 상반적 이미지는 Ghostess의 상반적 이미
지와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다.
글 : 김호준 작가노트
글래디올러스는 풍성한 꽃과 다양한 원색으로 유명한 꽃이지만 그 어원은 검
숲은 나에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며, 안식의 대상이다. 숲은 많은 이야기를 담 투사의 칼과 같이 생긴 잎의 모양에서 유래되었다. 꽃과 잎의 형과 색 만큼이
고 있으며, 다양한 이미지를 만든다. 나는 그 숲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 나 재미있는 어원에서 소재로 선택하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색이 지니는 리
려는 시도를 하였다. 때로는 사실적으로 숲을 재현하거나, 아니면 숲을 생 듬감이 좋았다. 강직하게 뻣어나가는 잎과 줄기의 형상과는 다르게 밝고 화
물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개념으로 이미지화 하려고 했다. 그것은 그림이 정 사하게 피는 꽃들은 망사천 마냥 하늘거리며 부드럽다. 글래디올러스와 관
답없는 여정이면서 생성과 소멸을 담고 있는 것이 숲의 메타포와 닮아있었 련된 전설에 의하면 억울하게 죽은 여인이 등장한다. 마치 우리내 처녀 귀신
기 때문이다. 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설과 흡사하다. 글래디올러스가 결혼을 못
이번 전시에서 나는 숲의 미스터리를 이미지화하면서 인체를 같이 담아 보는 하고 처녀로 죽은 여인의 무덤에 바치는 꽃이라니 그 꽃의 모양과 너무도 닮
다소 낯선 시도를 해 보았다. 유령으로 불리우건 귀신으로 불리우건 인간의 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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