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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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아름다운 시간


        글 : 장소영 (수필가)






















































        일이 있어 일행과 저녁을 먹고 문협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동지 무렵       몇 십 년 만에 아이를 업어 봤더랬다. 등짝으로 어린 것의 온기가 전해지니
        인지라 서쪽으로 지는 해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이른 잠자리에 들어서일        온 세상이 푸근해 졌다. 토닥토닥 엉덩짝을 두드리며 아이의 표정이 궁금해
        까. 6시 무렵인데도 어둠이 짙어 한밤중 같이 껌껌하다. 그래선지 사잇길 사      거울 앞에서 옆으로 틀어 아기의 표정을 들여다봤다. 아이도 내 등이 싫지는
        무실 건너편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등대처럼 환하게 시          않은지 얕은 숨을 쉬며 옹알옹알 끊김 없이 말을 건넨다. 조심스레 포대기를
        선에 들어온다. 얼핏 지나치는데 커다란 창문 너머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모        추스르는데 팔이 몇 뼘은 길어진 듯 했다.
        여 놀고 있다.
                                                        아이는 하품만 해도 졸리나 보다고, 울면 목청도 좋다고, 똥 싸면 잘 쌌다며
        순간, 찰싹 달라붙어 가기 싫다고 되뇌던 손녀의 모습이 가슴을 훅 치고 튕       온 가족을 기쁘게 했다. 육아휴직을 한 아기엄마는 밤낮으로 육아에 고군분
        겨 나왔다. 아침부터 “나 여기 있을래.”, 점심을 먹기 전에도 “좀 더 있다 갈   투하느라 기진맥진이나 아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포동포
        래〜.” 제 아빠, 엄마에게 하소연이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앙탈은 부리지만      동한 팔다리를 휘저으며 금방이라도 뛰어다닐 듯 건강하게 자랐다.
        뒷좌석에 오르긴 한다. 이윽고 가는 마음도 보내는 마음도 양 갈래로 나뉘어
        먹먹하게 헤어졌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거쳐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양가 부모들이 떨어져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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