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P. 30

김재덕 컬럼











































                  축복. 53x46cm, 벨벗에 아크릭






        현대문인화의 길을 모색
                                                        “기러기들고 청혼의 단계입니다. 혼서지 쓰고 기러기와 사주단자 들고 청혼
        문인화가  임천 이 지 향                                  하는 신랑의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겠지요. 꽃가마 타고 혼인례 가는 길입니
                                                        다. 서로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며 꿈을 녹여 신방에 드는 장면입니다. 청사초
                                                        롱은 밝게 비추고 양가 부모와 일가친지들이 축복 하고 있습니다. 집안을 이
        글 : 김재덕(미술컬럼니스트. 아트팜갤러리 관장)                     루고 자식을 낳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합니다. 정안수 떠놓고 매일
                                                        기도드립니다. 집안 화목하고 자식 입신양명을 기원합니다 . 드디어 열매가
                                                        익었습니다. 만사가 여유롭게 기쁨을 줍니다. 비로소 휴식의 시간이 되었습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나 민화를 다루        니다. 부부가 옛이야기 하면서 행복한 찻잔을 나누며 자식들과 이웃들과 덕
        었던 민초들과 달리 학식이 있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여흥으로 자신들의 심중        담을 주고받습니다.”
        을 표현하여 그린 그림을 문인화라 한다. 이는 달리 사인지화(士人之畵) 혹은      - 2025년개인전 작가노트. 이지향의 ‘축복된 날들’ -
        사대부화(士大夫畵), 문인지화(文人之畵)로 불리다가 문인화(文人畵)가 되었
        다. 이들 사대부의 그림은 중국 북송시대부터 유래되었으며 서화나 서예, 인       2025년 5월 16일 ~ 6월 15일 까지 열리는 26회 임천 이지향의 개인전에서 감
        물화, 묵죽화, 말그림 등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으며 전      상 할 수 있는 근작활동은 전통 문인화의 기본에 회화적 표현의 디테일을 살
        문 화공이 그린 그림과는 기교면에서나 분명한 차이가 난다. 문인화는 처음에       려 수묵과 회화의 경계가 하나의 화폭에 공존하게 하는 독창적 현대문인화의
        특정한 양식을 갖지 않았으나 ‘원말 4대가’의 출현으로 수묵산수화 양식의 전      길을 모색 하고 있다. 채료의 사용에서도 정통 수묵에 의존치 않고 벨벳천이
        형이 완성되었다. 이를 남종화(南宗畵) 또는 남화(南畵)라고 하며, 비로소 문     나 아크릴릭을 통해 전통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 해석하는 창작의 과정에
        인화 특유의 양식이 정착되기 시작하였으며 초기 화법을 이어온 수묵산수화         천착을 하고 있다. 이지향의 그림은 시각적 완성과 함께 문인화의 정신적, 인
        다음으로는 문인들의 행동양식이나 의식과 잘 어울리는 사군자(四君子)가 유        격적 완성을 이루어 문인들의 삶과 문인화의 정신의 원천을 반영하고 있다.
        행하였다. 북송시대의 문인화 경향은 고려시대 유입되어 이제현(李齊賢) 김부       이지향이 근작에서 모티브로 삼는 호박이라는 소재는 단순히 자연물 하나를
        식(金富軾) 등의 작품이 있으며, 조선시대의 사대부들도 많은 그림을 남겼다.      그려내는 행위가 아닌 호박이 가지고 있는 민족적이며 인간 내면의 감성적 속


        28
        28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