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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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테즈 킴(TEZ KIM) 작가

        어릴 적의 나에게 다정히 말을 걸다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A boy who picked a flower_Acrylic on canvas_72.7x60.6cm_2024

        꽃을 꺾은 소년(‘A Boy Who Picked a Flower’)이 가만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복싱 시합으로 입술에는 피가 묻어 있지만 잘 싸웠는지 자신만만하고 뿌듯한
        본다. 소년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하늘이 마중 나와 있을까. 고인 눈물은 꽃     표정으로 서 있는 소년(‘Boxer’) 옆에는 “君の仲間になる”(너 내 동료가 돼라)
        을 꺾었다고 나무라는 어른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한껏 여리고 연약한 모습이       가 적혀있다. 이 문구는 오다 에이치로(尾田 栄一郎/일본/1975-)의 만화 『원
        다. 그러나 꽃을 꺾었다는 것은 제목으로만 알 수 있을 뿐 소년은 그냥 꽃을 쥐    피스』(1997년부터 연재)에서 해적왕을 꿈꾸는 몽키 D. 루피가 말한 “난 해적
        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 연유로, 이는 채집이 아닌, 순수함, 서정성, 파괴된 일   왕이 될거야!” 다음으로 유명한 대사이다. 한바탕 싸운 상대에게 이제는 상대
        상의 아름다움, 선과 악의 경계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년이      의 역량을 모두 간파했으니 그 투지와 전력을 인정하며 이제 같은 배를 타자
        앞으로 겪을 성장의 통과의례를 예견하는 것은 아닐까. 소년의 그림자는 실        고 권유한다. 아니 소년은 잘 싸운 성과로 이러한 권유를 받았는지도 모르겠
        제 소년의 형상을 반영하지 않아 만화스럽지만, 배경의 붓질은 이 작품이 충       다. 이는 내적 갈등으로 인한 싸움과 생존을 시각화한 메타포로 읽힐 수도 있
        분히 회화적이라고 말한다.                                  겠으나, 여기에는 분노나 불안보다는 결연한 의지가 더 강하게 읽힌다. 소년
                                                        의 그림자는 꽃을 꺾은 소년과 마찬가지로 실제 소년의 형상을 반영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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