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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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크루아, 어미 호랑이와 장난치는 새끼 호랑이
서양에도 호랑이를 그린 화가는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호랑이를
그린 서양의 화가로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외젠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 1798~1863)가 있다. 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하여 초기에
동물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는데 1830년 <어미 호랑이와 장난치는 새
끼 호랑이>라는 제목으로 덩치가 어미만큼 큰 새끼 호랑이가 어미 호랑이 뒤
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을 1831년 파리 살롱전
에 출품하였다. 1858년 <호랑이와 뱀>이란 작품 외에도 호랑이를 주제로 그
린 작품이 여러 점 있다.
들라크루아의 호랑이 그림들은 단순히 앉아 있거나 정적인 상태를 그린 경우
도 있지만 다른 동물을 향해 도약하거나, 움직이는 자세를 역동적으로 그린
작품도 다수이다. 사자나 뱀 또는 다른 동물과 다투면서 그 안에 내포된 맹수
의 본능을 표출한 느낌과 날렵한 자세와 긴장된 근육을 포식자 특유의 위협적
인 모습으로 포착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채색은 황토색, 주황색, 검정색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호랑이의 무늬와 털의 질
감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배경은 대체로 어둡거나 단순화하였는데
단원 김홍도, 송하맹호도
이는 호랑이의 형태와 움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들라크루아는 그림에서 보이는 호랑이를 맹수로서 내면의 긴장과 야성을 상
징하며, 호랑이를 통해 자연의 숭고함, 통제 불가능한 힘, 삶과 죽음의 경계를
현실적인 장면을 한층 더 진지하게 만들고 있다. 표현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그는 파리 자연사박물관을 자주 방문하여 동물 해부도를 연구했다고 한다. 호
이 벽화는 단지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이 아니라, 권력과 위계, 그리고 약자와 랑이의 근육 구조, 움직임, 표정 등은 그의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단순
강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재치 있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풍자 한 상상력이 아닌 해부학적 사실성과 예술적 표현력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와 유머가 공존하는 이 벽화를 통해 우리는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현실을 반면 우리의 호랑이 그림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관념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다. 과거 한반도에는 많은 호랑이가 살았었지만, 지금은 야생에 사는 호랑이
는 완전히 멸종되어 동물원이 아니면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 속엔 아
디자인 분야에서 호랑이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로 전세계에 소개된 직 수많은 야생 호랑이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래서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
적이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김현(1949~ )이란 디자이너가 호랑이와 절이란 속담에 걸맞게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그림을
농악을 접목하여 디자인한 ‘호돌이’가 마스코트(mascot)로 큰 사랑을 받았 그려낼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우리 단청만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창
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는 ‘수호랑’이란 마스코트도 친근하게 등장 작의 힘이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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