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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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큰 아이안템 고사리, 50x4045cm, 아크릴에 실크스크린, 2025  반려식물-오렌지자스민, 42x28x26cm, 아크릴에 실크스크린, 2025











            모범적 사례이며, 김서울이라는 작가가 판화, 회화, 공간, 감정의 경계를 얼마     의 작업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내밀한 감각, 그리고 자연물과의 교감
            나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그것은 조용하       이 중심을 이루기 시작한다. 도시의 상자에서 시작된 조형 언어가 이제는 ‘식
            고 사적인 전시인 동시에, 시적인 공감의 장이며, 존재의 흔적을 은은하게 떠      물’이라는 유기적 매개체로 옮겨오며, 삶의 리듬과 감정의 숨결을 시각화하는
            오르게 하는 감정의 풍경이다.                                새로운 시도를 전개하게 된 것이다.
            도시의 상자에서 자라난 정원의 감정                             이러한 흐름은 <반려식물> 연작에서 본격화된다. 식물은 작가에게 단지 관
                                                            찰의 대상이 아닌, 감정의 반사면이며 존재의 파트너로 등장한다. 바쁘고 피
            김서울은 2007년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한 뒤, 일본 타마미술대학에서       로한 도심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자라는 식물은, 소리 없는 대화이자 조용한 위
            석·박사과정을 이수하며 9년간 일본에 체류했다. 그 시간 동안 일본의 전통       로의 매개체로 기능하며, 감정의 레이어를 담아내는 표면으로 변모한다. 그리
            판화와 평면성에 대한 깊은 연구는 물론, 대도시 도쿄의 구조적 환경과 그것       고 이 모든 감각은 투명한 아크릴, 실크스크린 판화, 레이어의 중첩이라는 조
            이 개인에게 미치는 감정적 파장에 주목하며 작가적 감수성을 연마했다. 초기       형 언어로 구현된다. 김서울은 이 시기를 전후하여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
            작업에서 두드러졌던 ‘상자’의 개념은, 도시 공간 속 인간의 수납 가능성과 소     을 펼친다. 일본 순요우카이 공모전 판화 부문 대상(2012), 뮤지엄산 신진 판
            외,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내면성의 역설을 드러낸다. 작가노트에서 언       화작가(2017),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전(2020), 현재예술발전소
            급하듯, “도시는 수많은 네모난 상자로 구성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도, 방도,     입주작가(2021) 등 주요 국내외 레지던시 및 전시에 연이어 참여하며, 개인전
            아파트도, 심지어 사람의 일상조차도.” 김서울은 이 상자들을 단순히 기하학       역시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20여 회 개최했다. 특히 회화와 판화를 넘
            적 구조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라는 효율적 시스템이 만들어낸 상자       나드는 혼성적 조형은 그녀의 작업이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고, 감각의 경
            들이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포획하거나, 때로는 되살리는 심리적 공간으로 기        계에서 유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능할 수 있음을 주목했다.                                  이러한 작가의 조형적 태도는 ‘프린트그라운드’라는 작업실 운영에도 반영되
                                                            어 있다. 그녀는 판화를 단지 제작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감각의 실험이 가
            초기의 작업들은 이러한 도시적 상자 안에서 ‘홀로(Holo)의 시간’을 사유했다.   능한 ‘현장’으로 인식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탄
            규격화된 공간 속에서 고립되지만, 그 고립 속에서 오히려 내면이 활성화되고       생한 전시가 바로 이번 《초록그림자》이다.
            충만해지는 인간의 감정, 즉 일상의 아이러니를 담아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시 비판이나 개인의 소외를 다룬 작업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생성되는 감정       CLart gallery (씨엘아트 갤러리. 서울 강남구 논현로 150길 25 논현빌딩 7
            의 정원, 즉 인간의 내면성이 피어나는 공간적 역설을 포착한 조형적 실험이       층-예약제)
            었다. 그러한 작업 세계는 2020년, 작가명이 본명 김소희에서 ‘김서울’로 바뀌   전시 기간: 2025.05.28(수)~06.21(토)
            면서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름의 변화는 단지 예명을 바꾼 차원이 아니       T. 02-565-0340 / www.clartgallery.com / clartcompany@naver.com
            라, 작가 정체성과 조형 세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한다.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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