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2020년 12월 전시가이드
P. 79
미리보는 전시
한춘희-자연의 교감과 하모니4, 45.3×53cm, oil on 한지 신숙자-connection, 131×131cm, mixed media
붉게 피워올린 맨드라미의 열정이 부식된 동판화로 인해 더욱 빛나는 작품이
다. 동양화의 단아함과 서양화의 화려함이 잘 어우러진 붉은 맨드라미의 가을
이 인간의 감성을 울리며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있다.
손원희 작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복을
주제로 작업을 한다. 한복은 시대를 이어오면서 실용적 차원에서 외형적인 변
화를 수용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 흐르는 우아함과 고결함, 그리고 멋스러움
의 정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한민족의 정서속에 대대로 계승되어 오고 있다.
한류가 대세인 요즘 작가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아스라이 배경 삼아, 우리
의 한복 미인이 당당하게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세상을 향해 힘찬 거보를 내딛
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신숙자 작가는 평면의 한 점 P가 고정된 점을 중심으로 일정한 각속도로 회전
박경선-무주의 가을여행, 24×33.5cm 강명자-맨드라미, 40x40cm
하는 직선을 따라 일정한 속력으로 멀어질 때, 점 P가 그리는 자취를 아르키
oil on canvas, 동판, 아크릴, 부식, 에폭시, ADAGP
메데스 와선(Archimedean spiral)이라고 한다. 한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그 점으로부터 일정하게 멀어지거나 일정하게 가까워진다. 사람과 사람이 가
깝다는 것은 이렇게 일정한 간격을 잘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늘 같은 거리에서 손을 잡
고 걸을 수 있는 것이 연결된 우리가 아닐까.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로 지나간 감정들과 현재의 감정들이 뒤섞여, 현재의
유순영 작가는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처음에 생각 감정이 지나간 감정인지, 새로 시작되는 감정인지에 대한 의문을, 겹쳐 보이
한데로 그려지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내 기분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고 한다. 는 동물과 식물등으로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했다.
그림 안에서는 계절이 흐르기도 하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어떤 장소가 만들어
지며, 자연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겨울의 초입에 서서 작가의 가슴 속 한춘희 작가 작품의 하늘에는 오색구름이 펼쳐져 있고 저멀리 교회당의 종소
민낯도 바닥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세월은 낙엽의 묘지에 각각의 명패를 만 리가 들리는 듯 하며 금빛 모래에는 게, 조개, 달팽이가 느린걸음을 하고있다.
들면서 제자리로 돌아간다. 차 위에도 소복하고 거리에도 소복한 나무의 수다 수려한 산촌마을에는 사슴 고양이 강아지가 사이좋게 노닐며, 여우 표범 맹수
들, 누구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구에게는 노동이 되는 날이다. 들 마저 자연과 교감하며 하모니를 이루며 힐링을 꿈꾼다.
김도연 작가의 중년 작품은 김식 시인의 중년(中年)이라는 시를 모토로 작 최경자 작가는 어느 가을, 대나무 숲속에 드리운 햇살과 바람이 휘돌아 세속
업을 하였다. '젊은이여 젊은이만이 주인이 아니거늘, 늙은이여 늙은이만이 에 지친 몸을 감싸 안는다. 급히 집으로 돌아와 화선지를 구겨서 선의 강약과
주인이 아니거늘, 그대의 영혼에 쑥니풀 한 떨기 자라지 않아도 좋을 것이니 먹의 농담으로 그 순간의 느낌으로 시원한 대나무숲의 가을을 되살려내었다.
사람들이여, 저녁밥 한 끼 먹으러 가는 중년의 뒷모습을 기억해다오 해가 저
물면 늘 밤은 오기 마련이거늘....' 박경선 작가의 ‘무주의 가을여행’ 에서는 가족여행으로 떠났던 무주구천동의
울긋 불긋한 가을단풍을 되살려낸 작품으로 붉디 붉은 단풍이 드리워진 계곡
이윤아 작가는 ‘푸르스름한 꽃으로 표현한, 지나간, 그리고 시작되는 애틋한 의 하얀 물줄기가 싱그럽게 대비된 강렬한 기억을 품은 유화 작품을 선보인다.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