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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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하는 것은 화면을 횡단하는 길고 옅은 선들이다. 마치 행성의 궤적처럼 하나의 심포니로 축성해 간다.
혹은 운명의 손금처럼..... 그러니 작품은 소우주와 대우주의 표상처럼도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화가는 화면이란 우주를 상대하는 창조자 겸 조정자다.
애초 무(無)의 상태였던 화면은 ‘타블라 라사(tabula rasa)’다. 완벽한
작가는 이런 우주를 '화엄경'에서의 신비한 인드라망에 비유한다. 없음에서 파토스가 생성된다. 마치 창조의 시초를 보는 것 같다. 먼저
인드라망은 인도의 신 인드라가 사는 궁전의 그물장식이다. 복잡하게 얽혀 작가는 파토스를 창조해 낸다. 파토스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그리기 행위는
있으면서 그 그물코마다 크고 작은 보석이 달려 다양한 형태를 이룬다. 힌두교의 시바신과 같다. 파괴의 신이자 시간의 신인 시바처럼 시간
인드라망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세계를 속에서 파토스를 형성하고 동시에 로고스를 만들어간다. 언급했듯이 마치
표현한다. 하지만 어느 한 편의 보석이 너무 밝아 다른 것의 빛을 상실시켜 인드라망의 ‘경계’를 빚어내는 것처럼.
균형감을 잃게 하였을 때, 인드라망 전체의 위기에 빠진다. 균형과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작업의 완성이다. 나가는 글
김순남의 작품세계는 두 개의 축, 불교의 교리적 우주관과 칸딘스키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유리알 유희’ 추상정신 위에 서 있다. 이 둘을 잇는 맥락은 음악이다. ‘뉴 심포니 시리즈’
헤르만 헤세는 칸딘스키 외에 작가에게 영감과 동기를 안겨준 문학가다. 는 서정적 추상에 스민 음악과 불교의 - 특히 화엄의 - 세계관과 결합되어
특히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는 작가의 작업의식에 강렬한 있다. 화엄은 작가에게 ‘인드라망’이란 개념으로 세상을 보게끔 하였다.
인상을 남겼다. 작품은 소설이 지닌 동양적 정서와 사유체계를 담고 있다. 그렇게 그림은 어지러운 세상에 종횡의 질서를 부여하는 (거대한) 판이
특정한 기예에 대한 부단한 수련이 무위에 이르는 경지까지의 모습은 되었다. 더하여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표상되는 영원성은 특정한
작가의 회화에서도 찾아지는 면모다. 질서 위에서 펼쳐지는 작품의 어근이다. 윤회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의도는 화면이란 제한된 맥락을 극복하는 포물선들에 의해 구현되었다.
긋고, 지우고, 붙이고, 덮고...... 여느 작가들처럼 화면 위에서 저항하는 비교적 투명한 양태를 보이는 이 선들은 화면 밖 어디선가 출발하여 또한
물성과 극복하려는 정신의 싸움은 치열하다. 그러나 그 치열함은 폭력적인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화면 위의 선들은 넓은
양상으로 치닫지 않는다. 해결은 부드럽게 갈등과 불화를 다스리는 쪽으로 그림 밖 세계로부터 우연히 그림을 관통하면서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고
간다. 즉 유희적인 양상이다. 색 덩어리들은 어느덧 서로를 품는 순한 빠져나간다.
상태가 되어간다. 작가의 치열한 작업은 극적인 상태를 오히려 차분하게
만드는 역설적 현상이 된다. 그렇게 조율과 조정을 하는 작가의 숙고와 불확실하고 예측불허하며, 동시에 혼란스러운 세상은 온갖 방향성 없는
단숨에 그 숙고를 해결하는 모습은 유리알 유희의 주인공 요제프 크네히트 충돌과 혼동으로 가득하다. 화엄에 입각한 작가는 그런 세상을 큰 선으로
(Joseph Knecht)를 닮았다. 나누고 가르고 정리한다. 그렇게 갈등하던 작은 세계들과 물질들과
의식들은 서로에게 보족적인 관계를 이루고, 그런 안정 위에 더해진
작가는 화면을 1:1로 당면한다. 물론 보편적인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포물선들은 안정된 세상의 리듬으로 화합의 상태를 만든다.
물리적인 상황에서 화가는 화면을 멀리 보거나 관조하는 대신에 마치
용맹정진의 기세로 화면에 달려든다. 모종의 격렬한 투쟁으로 비추어질 사족처럼 첨부하자면, 그림은 채워진 것도 아니고 비운 것도 아닌 상태에
수도 있겠다. 이때 화가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오르페우스(Orpheus) 있다. 다른 비평에서 ‘양자물리학’적 양태로 설명을 해 두었는데, 원래 있던
처럼 온 몸으로 음악을 펼치는 태도를 지닌다. 음악을 온 몸으로 것도 없던 것도 아닌 불교의 우주는 과학적인 해석에 앞서 그렇게 세계를
연주하듯이, 작가는 온 몸으로 작업에 임한다. 그래서 작가는 매 순간 규정해 두었다. 작가가 어떤 맥락을 선택하든, 결과는 다르지 않겠다. 필자
음표가 된다. 그리고 그 음표들을 화면 위에 삽입하거나 더하면서 그림을 개인의 주관으로 보건데, 작가는 작업으로 보시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김순남 SOONNAM KIM
김순남 (Soonnam Kim)
www.soonnam.kr
2004-2013 미국 뉴저지 주립대학교 (Kean University) 예술대학 미술학
과 겸임교수
2004 - 2006 Pen and Brush, Inc. 이사 (뉴욕)
2004 MBA Management, Pace University, New York, NY, 미국
1998 MFA 회화와 드로잉 석사 졸업, 뉴저지 주립대학교 New Jersey City
University
1995 BFA 서양화 학사 졸업, 국립창원대학교
2022 유네스코 등재 사찰 통도사 성보박물관 기획전시실 선정작가. 9월 전
시.
2021-2022 BTN TV 방송 3회 방영
2014 미주한인미술가 아카이브 2부 (Shades of Time) 46인에 선정
2005 뉴욕 타임즈 리뷰 – 뉴저지 아시아 여류화가 5인 초대전
개인전 18회 (미국, 독일 등 해외 9회, 한국 9회)
주요 초대 그룹전 및 아트페어 90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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