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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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Story of Ten_mountain 230708, 70x95cm, Acrylic on dyed silk, collage, 2023 Story of Ten_turtle 230525, 70x95cm, Acrylic on dyed silk, 2023
담함은 조용한 폭발이다. 담담함은 사회적이거나 구조적이라기보다는 liam Turner의 역작 ‘전함 테메레르’에 대해 분석하며 대상에 대한 너무
개인적인 측면으로 한껏 기울어 있는 일종의 소회 감정이다. 특히 연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인간의
이 다가오는 이맘쯤에 더 어울리기도 하는 이 감정은 기존 연작들의 중 유한함을 알게 되는 성장을 통해 시야는 확장되고 삶이라는 이름의 전함
심이 된 붉은 색 계열의 비중을 줄이고 쪽빛이나 벽색(碧色) 등 오간색(五 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고 기술했다.
間色)을 각각의 소재가 가진 무한함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고민 그러한 의미에서 김근정의 사각 비단 캔버스는 유한성과 무한성을 함께
의 결과로서 선보이고 있다. 갖춘 자연 속의 우리 존재들을 담아내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염료가 실
벽색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청색과 백색의 중간색 크에 최대한 흡수되도록 무수히 반복되는 붓질이 필요하고 일정량이 채
인 푸른 옥구슬의 이 신비로운 색이 거북이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에 워지면 멈춰야 하는 기초작업은 삶의 유한성을 닮았고, 여백과 형태의 확
대해 첨언을 하고자 한다. 거북이는 일반적으로 십장생에 속해 장수의 영 장성은 그것을 대하는 자연 지향적 태도의 무한성과 닮았다.
물로 인식되는 동물이다. 그러나 김근정은 거북이가 돌과 달리 생명체임 유한함 속에서 무한성을 향하는 인간의 생명력을 우리는 ‘꿈’이라 일컫는
에 주목, 돌의 영원함을 따라갈 수 없는 ‘유한성’이라는 점에서 장수의 이 다. 꿈의 절반은 그 사람 고유의 정체성과 경험을 반영하고 절반은 정체
중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불명의 무지와 공포, 부담감을 짊어진 채 오늘도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간
또한 그것이 우리가 현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는 근대적 물음을 넘 다. 그런 의미에서 꿈은 돌과 같은 자연의 한 개체이기도 하지만, 거북이
어 하늘을 닮은 바다에 자유롭게 유영하는 작은 개체로 표현함으로써 어 나 인간과 같은 생물이기도 하다.
떤 경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아를 표상하는 것이 된다. 이번 전시의 추상적으로 보면 현상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적당한 거리에서 응시하는
제목인 “Solo Climbing”이 그러하듯 극복 의지와 과정은 자유를 향한 강 일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각 작업의 작업을 끝낸 날짜까지 작품명으로
인함이다. 강인함은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또한 묵묵히 실천함으로써 담은 작가의 태도는 기록에 대한 집념 이상의 어떤 알 수 없음을 품고 있
고단함을 해소하게 한다. 는 듯하다. 나는 그것이 김근정이라는 실존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획
김영민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윌리엄 터너Wil- 득한 독창성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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