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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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른들은 김장은 1년 농사라 하셨다. 그래서 가족이나 이웃이 모여 겨우내 어내며 사랑방 아궁이 솥에선 돼지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먹을 각종 김치를 담고 나누셨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저서
인 「동국이상국집」에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기록으로 보아 아궁이에 넣어둔 고구마가 익었나 확인하다 앞머리를 꼬실라버린 외사촌 땜
그때에도 김장을 담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김장법의 원류는 17세 에 애꿎은 머슴이 지청구를 들어야 했던 그 시절. 생각하면 툭하면 일가친척
기 조선후기에 수입된 고추와 깊은 관계가 있다. 고추, 마늘, 파, 생강을 사용하 이 모여 재미났던 시기였다. 김장 때 담그는 김치도 참으로 다양했던 것 같다.
고 해산물의 비릿함을 고추가 잡아준 덕분에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섞 총각무김치, 파김치, 홍갓김치, 고들빼기김치. 김치는 뭐든 다 맛있지만 그중
인 독특한 채소 발효식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최고는 김치를 담그는 중에 외할머니께서 입에 넣어 주시던 참깨를 듬뿍 묻힌
노란 배추속대 맛이다. 살짝 묻은 양념에 맵지도 않고 고소했던 그 맛은 지금
김장문화는 서로 돕고 나누는 품앗이의 정마저 녹아있는 문화유산이다. 김치 도 입맛 다셔지는 추억의 맛김치다.
한 포기에는 땀과 정성 그 이상의 존재가 담겨 있다. 어릴 적 외가마당 덕석 위
에서 김장이 한창일 때가 기억난다. 마당에는 꼬맹이들이 모여 잡기놀이를 하 나 역시 손녀, 손자에게 할머니의 김치 맛을 아련한 기억으로 남기고픈 소박
고, 친척어른들은 모여 밤을 썰고 연신 양념을 준비하면 잔칫날마냥 흥성댔 한 꿈을 꾸어 왔다. 그 꿈을 채 펼쳐보지도 못했는데 접어야하다니…. 그렇지
다. 우물물에 씻어낸 배추는 볏짚 위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뿌연 수증기를 뿜 만 어찌 아나? 내년 이맘때, 아픈 허리 부여잡고 또 다시 맛깔 나는 김장을 해
보겠다고 퍼질러 앉아 쪽파를 다듬고 있을지.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광주문인협회 회원 김장을 했다며 건네주는 김치를 받을 때마다 미련과 아쉬움으로 마음이 헛
•광주문학 현 편집위원 헛하다.
•'월간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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