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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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_27.3×41㎝_Oil on Canvas_2023
사과에서 시작해서 미술의 역사를 통틀어 작가들의 작품에서 제일 빈번하게 그렇다면 왜 특별히 색채와 형태일까에 대한 의문으로 넘어간다. 작가는 여기
발견되는 과일로서, 세기를 거쳐 인간의 욕망과 한계, 구원과 원죄, 쾌락과 풍 에 대해 말한다. “내 작업에 있어 늘 색채가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이다. 무
요 등을 압축시킨 열망의 상징이자 매개의 존재로서 표현되어왔다. 사과를 그 엇을 그리던 언제나 색채에 대해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스스로 답을 얻고자
린 작가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세잔(Paul Cézanne/프랑스/1839-1906)이 먼 하였다.” 사과는 하나의 대상에 지나지 않을 뿐 작가에게 있어서도 세잔의 경
저 떠오르는 것은 일반적인 과일로서의 의미가 아닌, 작품의 구조를 완성하는 우처럼 사과가 거기 있었을 뿐이었다. 다만 대상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매
본질적인 요소로서 사과가 작용한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박미연 작가도 지 개로서 그 매개를 통해 색채와 형태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사과가 흔한 대
금까지 본인의 전시와 관련하여 세잔의 사과에 대한 언급을 해왔기 때문에 세 상이기 때문에 그리기가 까다로운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작가는 어
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잔에게 있어 사과 떤 과일을 그리건 어떤 대상을 묘사하건 그러한 대상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
는 모델처럼 번거롭게 움직이지도 않을뿐더러 가만히 있으라는 작가의 요구 는다. 그러나 아직은 그 대상이 사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를 충실히 들어주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물이었기에 별다른 의미 없
이 선택되어 작품에 남겨지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해지기도 한다. 세잔과 관련 색채와 형태를 추구하는 작가에게 있어 언제 붓을 놓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
하여 또 어김없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세잔이 세상을 원통, 원뿔, 구의 구조로 은 지금까지의 무한히 반복된 훈련, 미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 뾰족하게 만들
바라본다는 것인데, 이 또한 미술에 입문하는 초보자가 복잡한 풍경을 어떻게 어 놓은 미적 감각, 그리고 동물적인 직감이 한꺼번에 작동하여 결정짓는다고
그려야 할지 몰라서 대가인 세잔에게 질문해서 그렇게 답을 한 것일 뿐 실제로 본다. 그리고 이것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독한 작업이면서도 작가로
세잔이 세상을 그렇게 원통, 원뿔, 구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파악하고 단순화하 서 가장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박미연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작품을 완성했
여 그렸다는 식의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잔이 세상을 원통, 다고 판단하며 붓을 놓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 발생되는 결단성, 감각, 감동, 전
원뿔, 구로 봤다면 선 원근법도 찬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눈속임이 율, 신념이 어떻게 함께 작용할까를 상상해본다. 이러한 상상은 작품에서 발
라고 생각해서 외면했다. 그보다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견할 수 있는 윤택한 시각적 질감을 통해 강렬한 미적 경험을 일으키고 시각
하면서 색과 형태를 탐구해나갔다는 것이 세잔의 작업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 적 쾌감을 형성하며 작품 감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대
가라 할 수 이다. 그렇게 때문에 인상파 작가들과 교류하지는 않았지만 인상 상 너머의 색채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고 끝이 나는가가 궁금하다면 인
파의 특징이 나타난다. 그림에서 색과 형태를 중요시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사 갤러리를 들러볼 필요가 있다. 작품 속 사과를 보지 말고 그 형태 너머 색
세잔과 박미연 작가의 예술에 대한 신념이 동일선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박미 채를 본다면 결국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어느 순간 감상자의 마음속으로
연 작가의 작품을 논할 때 세잔을 언급하는 것일 뿐 단순히 사과라는 동일한 들어와 자리할 것이다.
소재 때문에 언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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