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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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염색한 실크를 캔버스로 십장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김근정 작가
글 : 배민영(예술평론가)
Story of Ten_pine rock, 161x120cm, Acrylic on dyed silk, 2023
유한 속에 무한의 꿈이 살고 작업은 예술하는 자아의 영혼과 사유를 담아냈다.
베레나 크리거Verena Krieger는 <예술가란 무엇인가Was ist ein 그 밑작업이 되는 비단에의 염색은 물들임의 미학이다. 그라데이션은 ‘펴
Künstler?>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조건으로서의 고통이라는 관용적 표 바름’이 아닌 ‘물들임’을 보여주기에 그 격차의 다양성보다는 그 색이 가
현은 한편으론 일종의 신화”라고 하면서, 그 핵심 원인을 ‘사회 구조’에서 지고 있는 속성을 더욱 집중하게 함으로써 단색이 가질 수 있는 인공성을
찾은 바 있다. 이는 근현대 국가에서 유효하게 작동하는 원인이다. 그러 뛰어넘는다. 작업이 태생적으로 갖는 인공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근
나 현대미술에서 더욱 강조되는 독창성의 저변에는 그 사람만의 알 수 없 정의 그것이 자연에의 몰입을 선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는 실존적 고민이 자리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이를테면 그것은 작 그리고 마침내 그 위에 올려진 십장생 각각의 형상들은 작가의 말대로 “
가 외의 타인들뿐 아니라 작가 본인조차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것이다. 유한성과 동시에 부여한 무한함이 함께 녹아 있게 한다”는 목표를 구현
따라서 고통을 신화라고 한다면 그 허구성의 긍·부 양측면을 함께 바라 한다. 김근정의 작업은 분명 세밀하게 그렸으나 올려졌다는 말을 하고 싶
볼 필요가 있고, 그것을 잘 드러낸 작업을 우리는 만나고 싶다. 김근정의 게 하는데, 그러한 속성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담담함’이 아닐까 싶다.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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