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옵니다.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제비가
낮게 나는 날이면
하늘은 땅 가까이로 내려앉고
구름을
무겁게 껴안고
창백해지며
익숙한 하루는
기억나지 않는 약속처럼
이상해집니다.
바람이
먼지 속에서 길을 내면
종소리는 멀리 걸어가고
먹구름 몰고 오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하늘을 보지 않으며
놀기에 바쁜 아이들은
화면에 취해
가뭄에 지친
비 냄새 맡지 못하지만
개구리는
소음죄에 매이지 않고 울어댑니다.
멀쩡한 대낮에도
제비가
낮게 날면
세월의 표정에
눈이 열린 늙은이는
우산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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