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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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를 주목한다




































        overthere city5, 53×45cm, acrylic on canvas, 2018  overthere memory2, 90×73cm, acrylic on canvas, 2018









                           정인숙 작가는 흘러가듯 색을 덧입힌 다음 흘려 내보내듯 사포질해서 쌓여있는 색을 깎아낸다.
                         나는 과학으로 작가는 예술로 변화를 노래한다. 수십 번에 걸친 덧칠과 그보다 더 많은 사포질 덕분에
                                          쳐다볼수록 다양한 색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사회과학자가 본 미술전                                   미경으로 바라볼 때 펼쳐지는 놀라운 또 다른 세계처럼 작품을 마주하고 자
                                                        세히 관찰하다 보면 다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겹겹이 쌓여있는 자신을 탐
        정인숙 작가                                          색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려고 했을까? 작가는 한 작품에 많게는 백 번도
                                                        넘게 색을 덧칠했다고 한다. 일필휘지의 붓놀림으로 색이 겹겹이 쌓이면서 또
                                                        다른 질감을 만드는 모습은 마크 로스코 (Mark Rothko)를 떠 올리지만 그리
        글 : 정창권 ((사)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학회장, 경영학 박사)           는 작업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서 사포질했다고 하니 마크 로스코와는 또 다
                                                        른 정인숙만의 색의 세계를 만들었다.

                                                        나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다. 변화를 계산해서 시뮬레
        정인숙의 개인전은 여행이다. 힐링이다. 정인숙의 개인전은 프랑스의 아기자        이션 결과를 보여주는 입장에서 세상 만물을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으로 구분
        기한 상점을 보면서 각자가 가진 문화와 예술의 판타지에 흠뻑 빠지는 여행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의 이중주 결과물로 보기
        이 아니다. 런던 뒷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어느 명사가 애용했다는 선술집       때문이다. 그런데 정인숙의 작품에서도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의 변주곡을 듣
        (pub) 을 탐험하는 여행도 아니다. 마치 하늘을 이불 삼아 길을 침대 삼아 길   는 듯해서 반갑다. 사회과학과 예술이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흐르는 것이 쌓
        가다 만난 사람을 의지하며 뚜벅뚜벅 걷는 산티아고 도보 명상에 가깝다. 정       이는 것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쌓이는 것은 흐르는 것을 기억한다고 말할
        인숙의 개인전은 내면을 탐색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마치 초파리 날개를 현       수 있다. 칠하는 과정은 흐르는 것이고, 색이 덧입혀지는 것은 쌓이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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