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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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作, 마음-너와 나(Timetraveler) 145.4×x90.9cm, Mixed media, 2018
동시주의전은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져야 할 공존의 가치관에 대해
서 말하고자 한다. 민족이나 인종이 다르고, 이념과 종교가 다르며, 형태가
다르다고 해도 우리는 동시에 생성된 생명체이므로 동등한 가치를 가진 존
재라는 생각이다.
구연주作, Relation-ship1605, 130.3×97.0cm, Acrylic color on canvas, 2016
에서 공존할 때 비교 판단이 가능하고 관계 유지도 가능해진다. 상대를 선과 러면서도 전통적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모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느낌
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서로 돕고 견제하면서 공존하는 반려자로 본 것이다. 과 스며들어 완전한 하나가 되는 한지의 포용력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
그는 이러한 관점이 세계인이 공존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 다. 그가 주로 표현하는 주재는 자연과 인간이다. 산 속에 드문드문 인간을 그
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려 넣는 경우와 비슷한 크기의 수많은 인간을 평면적으로 펼쳐 놓는 경우가
있다. 같은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지만 두 가지 경우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해
서정희는 주변의 모든 사물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작가이다. 그에게서 작품의 석된다. 전자는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인간이다. 후자는 인간 사회에 소속
재료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인간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동등한 존재이다. 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자연 속에 포
쓰다듬고 대화하면서 얼레고 달레 함께 위치를 정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두 함된 작은 인간은 마치 사찰에서 수도를 하는 승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겹, 세 겹씩 쌓아 가면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우주가 생성된다. 작가에 게 한다. 여기에서 승려는 자신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는 틈만 나면 자연
게서 우주는 너와 내가 보완과 견제를 통해 만들어낸 생명체이다. 작가는 이 속으로 달려간다. 산속에 숨어들어 나무가 되고, 강변으로 달려가서 흐르는 물
우주를 능숙하게 유영하면서 다양한 존재와 대등한 관계를 맺는다. 작가는 우 이 되며, 구르는 돌과 하나가 된다. 자연과 온전한 하나가 되고 싶은 것이리라.
주의 생성자이지만 그 공간에서 전혀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생명을 만들고
우주를 만들지만 지배하지 않는다. 우주의 일원으로서 함께 숨쉬고, 웃고 울면 최근의 작품은 고만고만한 크기의 인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으로
서 살아가는 동반자가 된다. 작가는 작품과 현실도 구분하지 않는다. 일상생활 등장한다. 거기에는 농담 표현도 없고 색깔도 들어가지 않는다. 형태를 이루
에서 생명 세계의 일원으로 존재하듯이 작품 속에서도 작가는 생명 세계를 실 는 짧고 불규칙한 선들은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현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간다. 상대적 존재는 항상 동시에 생성된 동등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보는 듯하다. 요즘 작품의 특징은 평면성에서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찾을 수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도 비슷한 크기를 유지하여 균형을 이룬다. 형태의 균형이 평면성과 연결되면
이병옥은 한지와 먹물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이다. 전통적인 재료 서 모든 존재가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
를 사용하지만 그가 전통적 제작 기법을 사용하거나 특별히 전통 사상에 심취 게 해준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남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
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적 재료와 표현 기법에 익숙한 작가이다. 그 하지 않는 작가의 심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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