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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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전시
The Erosion of the Light 빛의 침식 01_ 50 Ø (cm)
Gold powder, Silver powder mixed media
Acrylic on Canvas. 2018
2019. 2. 21 - 2. 27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고요한 심연 속 빛나는 힘의 유기성 로 한 다양하고 화려한 색들을 덜어내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색은 무엇
지, 모든 색을 담을 수 있는 색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금색을 재발견
카나 개인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안의 종교적인 색채로 유년기 때부터 금색에 익숙했던
작가에게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지금까지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한 채 여러 길을 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재발견한 금색의 의미는 작
글 : 박미연(전시기획자 ) 가에게 남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빛의 각도와 사용하는 안료에 따라 다른 색
으로 보이기도 하는 금색은 ‘하나이자 모두’를 표현할 수 있는 색이다. 작가에
게 금색은 관계의 중심이자 연결고리가 되어 ‘빛나는 유기성’의 개념을 작업
에 녹여낼 수 있는 최적의 색으로 여겨진다.
카나 작가의 예술 에너지는 특정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채 무작위로 뻗어 나
가고 있었다. 무작위적 방향성은 360도 전방위적인 것은 아니라, 어떤 방향으 작가는 모두를 담을 수 있는 하나의 색, 금색을 선택하였지만, 단조로움을 본
로 벡터를 설정할 지에 대한 결정되지 않음이었다.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하 능적으로 거부하듯이 동서양의 여러 안료를 섞어 만들어낸 다채로운 금색을
는 것도 젊음의 선택이기도 하다. 작가로서의 이력은 아직 젊기 때문에, 어디 사용한다. 원형의 화면 위에 다채로운 금색을 겹겹이 쌓으면서 화면의 밀도를
로든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가능성을 믿으면 높여 부조의 입체감을 더한 지점에서는 조각 작업을 병행해 오고 있는 작업의
서 방임하지 않은 작가의 그 에너지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작가로서의 방향 방식이 엿보인다. 그의 금빛 찬연한 화면은 추상의 패턴과 반복적인 도형을
성을 설정하고 큰 줄기를 설정한 듯 하다. 통해 속도감이 더해지면서 예술적 에너지가 점점 증폭되는 느낌이다. 수만 번
카나 작가는 작업을 통해 울부짓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마치 수만 번 의 드로잉을 통해 수련한 무의식적인 붓질로 드러나는 폭발하는 응축된 에너
의 드로잉을 하다 보면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배기듯이, 순탄치 많은 않았던 개 지는, 고요 속에서 요동치는 바로크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카나 작가는 에너
인사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다듬었다. 이 과정을 통해 작업은 자연스럽게 방 지를 통해 나와 너 우리를 모두 연결하려 한다. 유기적 에너지라는 다소 모호
향성이 설정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지에 대한 작가로서의 플랜 한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추상과 구상을 넘어 모든
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과 함께 선보이게 된 점이 작가에게도 중요 것을 아우르려고 한다. 무모한 도전이거나 작가적 욕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
한 전환점이 된 듯하다. 라며, 체계적인 도안 드로잉, 금색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그의 예
술적 집념이 가져올 빛나는 결실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느새 작가의 열정적
신작에서 작가는 집중적으로 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시작은 색을 뺀 인 에너지에 빠져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전작에서 보여졌던 금색, 청색, 붉은색을 중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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