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4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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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균형1(The Equilibrium of Inequality 1)_140x30x65cm_합성수지(레진),
                                          강화플라스틱, 유화물감(액체 실리콘 캐스팅, 성형주조기법)_2008






















                                      불평등의 균형2(The Equilibrium of Inequality 2)_140x30x65cm_합성수지(레진),
                                          강화플라스틱, 유화물감(액체 실리콘 캐스팅, 성형주조기법)_2008


              실상 백인도 흑인도 아니며 여기에서는 단지 서로의 균형을 맞추는 존재 그 이      목축 농장, 해체되는 가족, 흩어지는 노동자들이라는 연쇄적인 파국적 스토리
              상도 이하도 아닌, 결국 피부 아래는 누구나 마찬가지로 동일한 인간일 뿐이라      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괴물의 형상을 띠어야 하느냐는 질
              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한 채 이 작품을 감상할 경우 관    문이 뒤따르는데, 이는 관람객에게 불편함과 더불어 잔인한 현실을 마주할 수
              람객들이 가질법한 뻔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미리 예상하며 이 인물들을 걸어        밖에 없는 현재를 재고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놓았을 작가를 생각하면 섬뜩하기도 하고 또한 흥미롭기도 하다. 그렇다면 평       인간 머리의 접목이 가지는 그 의미가 과연 이 주제와 적합한지는 개인적으
              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하기는 했다고 보는가? 아니, 존재했는데 지금        로 의문이기도 한데, ‘인간은 생각해야 한다는 저주를 받았다’에서 보이는 인
              은 지옥으로 변했다는 말인가? 작가는 무엇을, 어떤 상태를 아름다운 세상으       간과 돼지의 부분적인 접합이 갖는 상징성 및 메시지와는 다르게 여기에서는
              로 보는가? 지옥으로 변한 결과물이 인종차별로 인한 죽음이라는 뜻인가? 이       보다 더 끔찍하고 충격적인 현실의 부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름다움이
              렇게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이는 ‘누가 이 아름     반드시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필요도 없고 추함이나 어려운 현실이 반드시 시
              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가 ‘그 무엇이 이 미술가를 이렇게 극한으      각적으로 이러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작가는 이 모든 만류에도 불구하고 극한
              로 내몰았는가!’로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으로 달려 나간다. 그것이 극한의 경계에서 인간 본연의 존재 가치를 고찰하
                                                              고 사유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와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불평등의 균형1·2’에 와서는 시각적으로 확인하기에도 끔찍하다. 한효석 작
              가의 가족은 목축업을 했다는데, 이 작품은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왔고 또한 인      2024년  작가는  달라졌다.  특별히  웃다리문화촌의  ‘Meditation-Biwako-
              간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친숙한 돼지를 소재로 한 것이다. 그런데       Mediterranean’ 전시에서는 인간 개개인에 쏠렸던 관심에서 보다 내부로 침
              모돈(母豚)과 자돈(子豚)이 뭉쳐 있는 ‘자본론의 예언’과 달리 여기에서는 돼     투하거나 공동의 문제를 논한다. 상당히 충격적으로 새로운 전환이기에 기회
              지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접목시켜 반수반인(半獸半人)으로 만들었다. 이 괴       가 있을 때 다시 한번 작가를 탐구할 예정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돌아보는 약
              물은 복부가 절개되어 내장이 적출된 채 눈을 뜨거나 감고 있어 흡사 살아 있      자에 대한 배려가 이제는 이들이 살아갈 세상으로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 이
              는 채로 도축된 듯해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한 맺힌 삶을 살다 간 어느 이    는 인간 본연의 실존에 대한 성찰의 지평을 넓혀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름 없는 누군가의 죽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돼지를 소재로 한 작가의 작품과       작가의 의도가 심화되고 확대되어 가는 것임을 확신한다.
              관련해서는 충당하기 버거운 비싼 사료 가격, 결국 망해버린 가족의 업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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