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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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앉은뱅이 꽃
글 : 장소영 (수필가)
광주 말바우 시장 풍경
장 구경은 언제나 즐겁다. 질박한 삶이 펼쳐져 있기에 이 곳, 저 곳 기웃대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어 행상들이 고만고만한 물건 보따리를 늘어놓은 채, 지
며 돌아보는 맛이 있다. 운 좋게 오일장과 날짜가 맞아 떨어지면 시장은 더 나가는 행인을 향해 목청을 돋운다. 그 곁에는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쭈
욱 흥성대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맛있는 먹을거리들도 있고 이런 재미난 곳 그리고 앉아 마늘을 까고 채소를 다듬으며 손님을 놓칠세라 주위를 흘낏거리
이 또 있을까? 는 아낙들이 있다. 고단한 생활이지만 자식들 뒷바라지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앉은뱅이 꽃이 되어버린 그들…. 계절마저 잊고 길다랗고 좁은 골목마다 민들
시장 골목은 사방으로 이어지고 뻗어가니 발길 따라 움직여 본다. 먹음직스럽 레, 제비꽃,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나 있다.
게 다채로운 빛깔의 과일가게들을 지나면, 꼬릿한 냄새가 코를 움켜쥐게 하
는 닭전골목이 나온다. 낮은 철창에 갇혀 푸드덕대지 못한 채 주저앉은 닭들 가을 텃밭에서 가꾼 푸성귀를 비닐 포대에 눌러 담아 등에 지고 이른 아침 길
이 위로하는 듯 서로 기대어 있다. 추레한 몰골의 생명들이 경각을 다투는 곳 을 나섰으리라. 쿰쿰한 청국장을 띄우고, 도토리묵도 쑤고 광주리에 정갈하
이라 후다닥 벗어나면, 싱그러운 화초들이 바닥에 즐비하게 늘어서서 반긴다. 게 담아 머리에 이고 장을 찾았겠지. 뭐가 있나 쓱 훑는 나를 향해 사가라고
알록달록한 화분에 마음을 빼앗기다 겨우 한 걸음 내딛으니 물비린내 가득한 호객을 하는 그들의 손짓에 눈웃음으로 거절인사를 대신하며 골목을 나와 다
어물전이 펼쳐있다. 은빛 자르르한 갈치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큰길가 쪽으 른 골목으로 들어선다. 초입부터 쑥인절미가 풍성하게 펼쳐져 있다. 먹어 보
로 향하면 좀 더 살아 숨 쉬는 전통 오일장이 펼쳐진다. 고 사가라며 콩고물을 묻힌 쑥떡을 눈앞에 내민다.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니
섭섭해 한다.
살다 보면 뭔가가 우리를 멈추게 해 뭉클하게 만들 때가 있다. 도심 길가 콘크
리트 틈새나 보도블록 틈에 뿌리를 내린 앉은뱅이 꽃들을 볼 적이다. 물 한 방 골목 중간 쯤 왔을까? 취, 고사리, 고구마대 등 말린 나물을 바닥에 펼쳐놓은
울 스며들 틈도 없어 보이는 데 싹을 틔우고 꽃까지 피워내는 생명의 경이로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이따금 장에 들릴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찾게 되는
움에 감탄하곤 한다. 언제 뭉개질지 모르는 위태함이 작은 근심까지 갖게 한 담양댁이다. 반가움으로 눈인사부터 건네며 안부를 묻게 된다. 날 보며 친언니
다. 그런데 장터에서 이 꽃을 떠올린다. 대하듯 하는 그가 있기에 특별한 의미가 더하는 오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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