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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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이명순 작가

        RITORNELLO, 마음이 가는 내 마음의 풍경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리토르넬로_oil on canvas_27×45㎝_2023                      방황의 선_oil on canvas_31.5×41㎝_2023




        오래전부터 이명순 작가를 알았지만 전시를 많이 하는 작가가 아니기에 최근        임을 확신한다. 어두움 속에서 빛으로 인하여 풍경이 보이며 공간이 어디인지
        의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가 최근 스페이스 결(정명선 관장)에서의       를 인지하게 한다. 그 공간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하고 어떤 이야기가 깃들
        전시(2023.9.12.-9.23.) 덕분에 작품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명 <리토  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든다. 밝음 다음에 어둠 그리고 밝음을 응시
        르넬로>(RITORNELLO)는 음악에서의 반복구를 뜻하는데, 특별히 변형되면     하는 작가의 시선을 조용하면서도 천천히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 그곳으로 함
        서 상이하게 반복되는 하나의 형식, 즉, 반복되는 리듬뿐만 아니라 차이가 있      께 여행하고 호흡하면서, 필연적인 무엇이 있음을 소통하게 되며 작가의 심연
        는 이질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비발디의 리토       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밝음-어둠-밝음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확실히 합
        르넬로 형식은 하나의 간주로서 그 사이에 에피소드를 끼고 다시 반복되는 형       주 다음에 독주로 이어지는 반복적 형태의 리토르넬로 구성으로서, 다만 여기
        태를 취하는데, 이러한 구성이나 형식이 음악 외의 장르에 비유될 때는 해석       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시선을 따라 관람자의 감정에 울림을 주는 감상
        및 적용에 차이가 있다. 이명순 작가가 의미하는 리토르넬로는 들뢰즈(Gilles    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전시명이자 한 작품의 제목으로, 또한 전
        Deleuze/프랑스/1925-1995)와 가타리(Pierre-Félix Guattari/프랑스/1930-  시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삶을 바라보는 시선으로서 리토르넬로가 작가의 삶
        1992)의  <천개의  고원>(Mille  Plateaux:  capitalisme  et  schizophrénie.   깊숙이 작동되하고 있음을 느낀다. 작가를 인터뷰했다.
        1980/2001) 11장 ‘1837년 리토르넬로’에 뿌리를 둔다. 리토르넬로는 생성의
        흐름을 표현하는 데 있어 특별히 음악에서 그 뿌리를 찾은 것이기 때문에 회       작가는 항상 자신이 머물거나 거쳐온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표현해 온
        화 장르에서 시각적 확인으로 이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기존의 체계에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화면 속 공간의 장소나 계절, 시간이 어느 때인지
        서 벗어나 새로움을 생성하고 창조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회화를 포함한 모든        감상자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기존의 공간 표현 외에 최근 작품에서 관심을
        예술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동일한 노선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두고 표현하는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따라서 리토르넬로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 장르에 상관없이 그 속에서 새로움
        을 추구하려는 그 주체의 감정과 의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차이와       하나의 경험, 혹은 기억나지 않는 기억과 연결된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반복>, <감각의 논리>로 유명한 들뢰즈의 철학은 예술 중에서도 미술과 관련      대체로 내 그림의 소재 또는 주제는 찰나적인 경험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 앞
        해서는 창의적인 사유와 감각, 상상 등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도록 이끌기        에 섰을 때 아득해지는 경험을 주는 대상, 일종의 블랙홀처럼 그 속으로 빨려
        때문에, 특별히 동시대 미술 혹은 이의 교육적 전환과 연계하여 사람들을 더       들어가 다른 세계를 만날 것 같은 순간, 알 수 없는 과거의 어떤 순간과 일치
        욱 매혹시키는 마력을 지닌다. 이명순 작가의 박사학위논문 <예술창작 과정        되는 느낌, 그러한 대상, 순간, 감정, 사물들이 내 그림의 소재 또는 주제이다.
        에서의 감각 표현에 대한 이해>(2020)도 들뢰즈의 감각에 대한 철학에 바탕     예전에도 화면이 단순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화면이 복잡해지는 것
        을 둔 것이어서 들뢰즈에게서 받은 깊은 감명이 논문을 넘어 작품 제작으로        을 원치 않는다. 추상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나, 공간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소재를 빛을 포함하여 움직이는 대상으로 옮겨간 이유는 무엇이며, 특
        이명순 작가는 전시 서문에 밝히길, 작가는 “현실과 그 너머의 곳에 공존하는      별히 그 대상인 자동차가 관람자를 향하도록 빛이나 움직임의 방향을 설정한
        경계, 빛이 만드는 환상의 공간, 밤이든 낮이든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풍경, 소    이유가 따로 있는가.
        멸되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그린다”고 한다. 서문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작가
        의 시선 속으로 들어온 영역은 평화롭고 빛나는 순간이며 온전한 공간, 영토       움직이는 대상이라든가 방향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자동차 불빛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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