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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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혼돈_oil on canvas_72.7×60.6㎝_2023
말한 경험을 가장 빈번하게 해준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로등, 해, 달 등 어떤 은 어떤가.
빛도 마주하면 가장 밝은 부분부터 퍼져나가는 빛들이 순간적으로 망막 위로
쏟아지는데, 이는 마치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이 현실을 이탈하는 경 맞다. 비슷해지는 걸 경계하면서도 이상하게 유사한 요소가 많은 것 같아서 고
험을 동반한다. 이를 빛에서 제일 자주 느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종교 민이 많았는데 이젠 별로 신경 안 쓴다. 내 마음에 드는 그림, 최소한 나 스스로
적인 느낌이 든다는 말도 듣지만 종교와는 무관하다. 창피하지 않은 그림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그릴 뿐이다.
작가 탐구에 중점을 둔 박사학위논문 이후 작품 활동에서 변화된 것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달라.
면 무엇인가.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나이가 드니 거창한 목표 설정이 없어지고 힘
들뢰즈 이론을 작품에 적용해보고자 작가 탐구를 한 것이었다. 실제로 해보니 닿는 데까지 그리는 게 목표이다.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매일 조금씩 농사지
이전에는 좋다, 아니다, 애매하다 등의 구분 정도로 내 작품 혹은 다른 이의 작 어도 농작물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듯 힘 있을 때까지 힘 있는 만큼 그리면 되
품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이론적으로 원인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겠구나 생각한다.
들어 들뢰즈는 재현이나 모사를 극도로 저평가하는데, 마음에 드는 표현은 정
말 우연히 어느 한 순간에 나타나는 것에 비해 그림이 망치게 되는 순간에는 들뢰즈가 궁금해서 공부를 했고 또 학위를 받았지만 여전히 다양한 관심사로
어김없이 너무도 열심히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 옮겨가며 연구와 작업을 동시에 해나가는 작가는 그야말로 끊임없이 표현 주
대로 물감과 물감들이 서로 움직여서 우연히 드러나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론 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차이와 반복’은 어쩌면 ‘반복과 차이’로, 반복을 계속하
적으로 이해했더라도 실제로는 잘 안되지만. 지만 반복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창조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본성을
회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반복은 실제로 동일성을 기본으로 한 같
오치균 작가의 두터운 마티에르가 작가의 작품에서는 어쩌면 뿌연 연무가 가 음의 반복이 아니므로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른 문제라고 봐야 할 것
득한 공간 처리로 환원된듯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부부작가가 서로 각기 이다. 작가의 마음 속 풍경들은 우연히 쏟아내고 싶은 풍경이지만 실제로는 고
다른 독자적인 표현을 찾아 떠났다면 이제는 서로의 작품이 유사해지든 아 단한 노력과 정진에 의해 얻는 귀한 우연임을 작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니든 상관없이 또 다른 의미에서 독자적인 길을 간다고 보는데 본인의 생각 것이 작가가 들뢰즈에 매료되어 자신의 예술혼을 드러내려 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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