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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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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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봄, 두릅이 집근처엔 안보여 시장으로 향했던 날 그네를 처음 보았다.
아니, 싱싱하고 오동통한 참두릅이 눈에 들어왔단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는데 오래 사용해 얼룩진 마스크 너머로 삶의
질곡이 드러나는 행색이었다. 두릅을 담는 손은 수액마저 말라버린 듯 꺼칠해
안쓰럽기까지 했다. 봉투를 받으며 슬쩍 여분의 마스크를 주니 담양에서 왔
다며 수줍게 말을 꺼낸다.
옹색한 골목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을 비켜 앉았다, 섰다, 외로 몸을 틀어가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강원도 출신인데 어쩌다 전라도 남편을 만나 담
양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둘 다 없는 살림이라 물 한 그릇 떠놓고 살림을 시작
했단다. 가진 기술도 없어 남편과 시골에서 농장일도 하고 배달일도 하며 그
럭저럭 배는 곯지 않고 자녀 둘을 키워왔다. 그런데 덜컥 2년 전 남편이 일터
에서 다치는 바람에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개미처럼 평생 일을
했어도 땅 한 평 없으니 생활은 펴지지 않고, 하필 코로나로 자신이 다니던 식
당 일감마저 끊겨 시장에 나와 본 것이란다.
다해 봐야 오 만원 남짓한 두릅을 따기 위해 거친 산비탈을 훑으며 가시세례
는 얼마나 받았을까. 그 고단한 생활이 대강 가늠이 되었다. 정부 지원을 신
청하라 하니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가 공장에 다녀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
다. 새삼 복지 혜택의 허점만 확인한 것 같아 씁쓸했다. 옆에 앉아 상추를 파
는 여인이 얘기를 들으며 ‘에고~ 어쩌까이~’, 자신의 일 마냥 눈물을 찍어냈다.
여전히 그날처럼 오늘도 담벼락에 등을 기대지도 못하고 웅크린 채 물건을 파
는 그를 보며 어쩔 수 없는 연민이 든다. 우연히 만나 잠깐이나마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된 그녀는 자줏빛 제비꽃이다. 가녀린 체구에 시장바닥의 막막한 생활 스런 장미꽃은 피우지 못해도, 으스러질 듯 바늘구멍 틈새로 뿌리를 내리고,
을 견뎌내는 모습이 마치 척박한 곳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는 제비꽃과 꼭 닮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돼서 일까? 고단함에도 오늘을 나누
았다. 이 여인의 옹골찬 모습을 보면 헐렁해진 생활이 다시금 조여진다. 흐벅 며 위안하는 정이 남아서일까?
버둥대는 날것의 생존과 분투를 목도하며 지표를 얻게 되는 오일장만의 맛이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있다. 그동안 얼마나 하찮은 것으로 정신을 허비했는지 뒤돌아보게 되는 시
•광주문인협회 회원 간이기도 하다. 시장에 오면 장바구니만 가득한 게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짐
•광주문학 현 편집위원 을 안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에 맨날 밑지고 판다면서도 말만 잘하면 덤도 따
•'월간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라오는 장 구경이다. 이래저래 득 많은 장 구경에 나 역시 밑져야 본전인 장
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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