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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전시
Work 2019-19 162.2x260.6cm Acrylic on canvas
2019. 11. 22 – 12. 1 라이프러리 아카이브 갤러리 T.011-9142-7878, 인사동)
실존과 근원에 관한 채록의 흔적 어를 정착시키기 위한 몸짓의 연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영철 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린 채 목도되는 것과 내재된 것의 무게를 병
첩해온 김영철의 작품엔 존재하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음악처럼 녹아 있
다.(그래서 그의 그림엔 리듬이 있고 운율이 있다) 마치 웅장한 교향악마냥 고
글 : 홍경한(미술평론가) 독과 환희, 절망과 기쁨, 숭고함과 경쾌함, 무거움과 가벼움, 속박과 해방, 침묵
과 외침 등이 진중한 듯 경쾌하게 자리한다. 그 경쾌함과 진중함은 숱한 붓질
이 지나며 조형원리를 구축함과 동시에 김영철만의 언어가 된다. 그 언어 중
에는 우연성이 들어있다. 이 우연성은 (당연히)의도되지 않는 것으로, 행위와
작가의 삶 속에 집약된 궤적과 체감을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존 맥 맞물려 서로 상보적 작용을 거친 채 작품 내에서 시공의 틈을 와해시킨다. 나
락과 다른 어떤 것이거나 ‘익숙한 듯 낯선 무엇’을 생성한다. 익숙한 듯 낯선 무 아가 마치 억 겹의 나날을 드러내는 것 마냥 서서히 말라 고착되면서 집약된
엇은 작가 김영철의 작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의 보색 대비 화려한 일련의 시간의 궤적과 삶 속에서 체감했을 법한 어떤 ‘결’을 함축한다.
회화는 미술사적 맥락에 위치한 이들의 흔적을 떠오르게 하지만 반드시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작가의 눈 붓과 공간 틈 사이에 놓인 ‘결’을 자세히 보면 그 마디마디마다 세월의 품 안에
과 마음으로 거둬들인 에세이이면서, 보다 내면에 놓인 생에 관한 사생에 가 서 광범위하게 연계(連繫)된 존재의 본질 및 생의 파편들이 자리함을 볼 수 있
깝기 때문이다. 오랜 화사(畫史)와 일관된 삶이 증명하듯 그의 작품들은 부재 다. 적어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없이는 달성될 수 없는 ‘환기’가 배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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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존재, 결핍과 충족을 담아낸 진실한 자전적 위치를 지닌다. 한편으론 통념 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환기는 인지 가능한 형상 없이도 드러남이 명징하
적 기준과 잣대에 비순응 하는 자기 실험이며,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만의 언 다. 화려한 색채와 가필(加筆) 없는 선(線),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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