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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nomenological happiness  90x50cm (2ea)  2019


            그는 삶 자체에 대한 긍정, 그리고 그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많은 만남과 사     서 포괄적이고 느슨한 관념으로서 꽃은 어찌 보면 이렇게 관습적으로 용인된
            건, 수시로 부닥치는 이러저러한 상황에 대해 가지는 감사와 긍정의 태도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의 인생관
            이자 세계관의 표현이라 할 것이며, 그것은 또한 예술관으로 직결되는 것이라       심미경이 그리고 있는 현상학적 행복으로서의 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
            하겠다. 자연과 생명, 나아가 번다한 일상에 대해 느끼는 감사와 긍정은 삶을      다. ‘행복’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따뜻하고 밝은 것을 만들어 주며 행복한 것으로 이끌어주게 마련일 것이다.        의 꽃 그림은 단순화된 외관과는 역설적으로 삶과 그 삶이 추구하는 가치와 행
            그래서 그에 의해 그려지는 꽃은 자연과 생명의 무수한 개별적 현상들을 파악       복이 동일하거나 획일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하는 작가의 상징체이며 동시에 그 현상들의 양태이다. 그리고 그 양태는 행
            복이다. 그는 꽃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삶을 긍정하고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달도 차면 기우는
            그러한 점에서 무수히 다양한 꽃들 그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것이 이치이듯이 열흘 붉은 꽃은 없음이다. 그것은 밝음 속에 깃든 어두움을
            을 택하지 않고, 형태를 부분적으로는 단순화시키고 색채 또한 단색조로 환원       보는 것이며, 생명 혹은 삶의 양면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작가가 이야
            하는 방식 역시 이해가 가능해진다. 자연 속 꽃들은 제각기 다양한 양태를 취      기하는 ‘현상학적 행복’의 또 다른 일면이다. 어찌 삶이 밝음과 행복만으로 가
            하고 있지만 그 핵심이자 본질은 생명의 절정이며, 그것이 결국 삶의 행복이라      능하겠는가. 밝음으로 해서 생겨나는 그늘조차 행복이라는 보다 큰 삶의 현상
            여기는 그의 시각이 환원적인 방식으로 화폭에 담겼다는 것이다.              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하고자 하는 태도가 그림 안에 배어 있음이다.

            꽃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자연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모든 꽃       밝음과 화려함에 마냥 도취하지 않고 그것이 배태하고 있는 이면을 인식하되,
            을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지는 않다. 색은 물론이고 꽃잎이나 수술       그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음으로써 밝음과 어두움을 하나로 포괄하
            의 갯수, 꽃받침이나 암술의 모양 등등 제각기 천차만별인 것이 꽃이기 때문       여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긍정이고 행복이며 그의
            이다. 그래서 화려한 색의 이파리에 암술과 수술을 그려 넣으면 무슨 꽃인지       꽃들이 시사하고 있는 바라고 할 것이다.
            는 확인하지 못해도 우리는 그것을 꽃으로 받아들인다. 상상의 존재도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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