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KOREA ART TIME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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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im, Chang Yeol
강한 재료들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고 하지만, 리얼 물방울 그림의 진실에 접근하려기보다는 사실적인 물방울을
리즘으로선 역시 용납되지 않는 표현방법이다. 보았다는 흥분에만 집착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더구나 방법에 있어서도 형을 뜬 종이와 스프레이를 사용함으 이럴 때 우리는 감성을 억제하는 대신 좀 더 이지적인 눈으로
로서 붓만으로 그리는 리얼리즘 수법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물방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만 보아도 그의 물방울을 리얼리즘으로
간주할 수 없음이 명백해진다. 따라서 정밀사진과 같은 극사실
적인 묘사술이 요구되는 하이퍼 리얼리즘과도 구분된다.
그의 물방울은 얼핏 보면 분명히 물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은
방울임에 틀림없다. 물을 뿌려 놓은 듯싶기도 하고, 혹은 이슬
이 뭉쳐 그리 된 듯싶기도 한, 생생한 사실성으로 묘사되어 있
으니 우선 물방울임을 의심할 수 없다.
더구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영롱함이라든가, 살짝 던드리면 곧
터지고 말 것 같은 싱싱한 탄력감은 우리고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은 생명의 번득임으로 가득한 물방울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우리는 그의 물방울들을 마주하면서 실제 하는 물방울과 너무
도 똑같다는 사실에 그만 감탄하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 깊게 매료된다. 그것은 사실화 교육에 기초한
그림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아직도 사실화의 한계에서 벗어나
지 못했음을 자각하게 하는, 이 당연한 반응은 결국 자기기탄
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파악할 수 없게끔 만드는 우리들의 얄팍한
체험과 지식은 때로 사물의 진실을 가로막는 안개가 되기도
한다. 김창열 (金昌烈)
수상
우리는 대체로 어떤 사물에 대한 자신의 첫 인상이나 판단을 2017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
2017 제62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미술부문
정당화 시키려는 이기심을 앞세울 경우가 있는데, 물방울 그림 2012 은관문화훈장 외 다수
전시
앞에 선 우리들 자신이 이러한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하고 2005 김창열전, 박영덕화랑/김창렬 화전(Ẽ᧾),
중국국가박물관
있음을 우리는 까맣게 모른다. 2004 김창열 물방울그림전, 현대갤러리/김창열회고전,
파리 쮸드뽐므국립갤러리
2000 김창열 개인전, 갤러리현대/개인전, 박영덕화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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