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KOREA ART TIME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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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ee, Jong Sang
는 이화백의 ‘독도일출’은 경향신문 서화목록 1호로 보는 것 새 한국화에 대한 그의 뜻은 언제나 확고하다. 예술사회학자
만으로도 독도가 우리 땅임을 느끼게 한다. 아놀드 하우저는 가장 위대한 작품들이란 항상 “인간 존재에
서 어떻게 하나의 의미를 얻어낼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
“새벽안개를 뚫고 느닷없이 물 위에 솟아오른 고래등 그림자. 의미에 참여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의 해답을 추구한다고
한 개인가 하는 순간 어느 새 두 개로 갈라서면서 그 사이로 했다.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달려들었습니다. 가슴 치는 흥분, 걷잡
을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습니다. 너무 급한 마음에 타고 가던 예술은 사람다움에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말하
거룻배에서 훌쩍 뛰어내려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곤 미친 는 이종상 화백은 용광로와 같은 포용력과 통합력으로 다양성
듯이 먹을 갈아 화선지에 담았죠. 우리 땅 독도를 화가로서는 과 자유로운 창의력을 발휘하는 우리시대의 진정한 민족예술
최초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가이다. 그에게 있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예술과 시대정
신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어느 하나에 천착하지 않음으로써
이종상화백은 30년이나 지났음에도 그 날의 감동을 생생하게 그의 그림 역시 유연하고 자유롭다. 그래서 더러는 극세필이고
기억했다. 독도와의 그 첫 인연 때문에 그는 이후 잊을만하면 더러는 일필휘지이며 더러는 진경이지만 더러는 추상의 영역
독도를 찾았고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그렸다. 일 정도로 예술의 모든 세계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서울대학교 박물관 주최로 ‘역사와 의식, 독도’ 특별전을 가졌 칠보매재에 의한 벽화도 그가 새롭게 시작한 원형상(源形象)
고 얼마 전에는 독도에 동행한 작가 18명과 함께 독도 모습을 시리즈이다. 원형상은 우리의 고지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판화로 찍어 독도그림을 보급하기도 했다. 것으로 산세와 물줄기의 상형이 어우러져 있다. 도형적 산수화
라고 볼 수 있는데 실험기간이 벌써 십년은 넘었다. 밖에서 안
그의 독도는 민족적, 역사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미술사 을 보기도 하고 안에서 밖을 보기도 하는 독특한 산수화이지만
적인 면에서도 큰 뜻이 있다.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 매력이다. 추상적인데 추상적이지
않고 풍경인데 풍경만은 아닌 ‘이종상화’의 원류인 셈이다.
리얼리즘에서 원형상까지
다소 복잡한 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의 그림은 보는
이종상화백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갓쓰고 도포입던 시대’ 이에게 늘 아룸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단순한 아름다움은
에 머물고 있는 ‘화석화된 한국화’를 거부한다. 전통과 민족 아니다. 조화와 여백을 통해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준다.
정신에 깊이 뿌리박고 있되 질료와 소재, 기법에서는 무한한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그의 그림속에 있으니 예술성과 미학성,
창의력과 다양성을 도입한다.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시대정신 그리고 충만한 기(氣)를 느끼게 한다. 자유의 공간을 마음먹은
이 가미된다. 박제가 아닌 살아꿈틀거리는 새 한국화인 것이 대로 산책하는 이종상화백. 그의 화력 반세기는 실험정신의
다. 연속이었다.
진경을 그린 그의 작품에는 시골마을이 있고 철길 위를 달리는 4.19 혁명 등 민주화 혼란기를 거치며 민중의 삶을 그린
기차가 있고 저 멀리 산을 배경으로 한 도시의 빌딩 숲이 있다. 인물화를 실험했고 70년대에는 진경산수에 파묻혔다. 민족의
식과 역사의식 속에 독도는 물론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불화~
풍경이지만 옛날식의 산수는 아니다. 분명 파격이었다. 재래 조선조 영정ㆍ궁중화로 이어진 벽화운동 등. 하지만 그의
의 기법, 재래의 소재에 머무는 것을 전통의 승계라도 착각하 실험정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필묵을 드는 한, 지필묵
는 사람들에게는 일탈로 느껴졌을 법하다. 이 없더라도 그릴 공간과 힘만 있다면 계속 새로운 것을 그릴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관념적 산수화에서 벗어나 진경에 천착했던 조
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실용적 과학정신의 진수였다.
“동양화(한국화), 서양화(양화) 등으로 나누는 것은 아무 의미 이종상 (李鍾祥)
가 없습니다. 그저 예술로서, 회화로서 아무런 접두어나 수식 수상
2011 가장 문학적인 상 미술인부문
어가 필요 없는 ‘한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할 뿐 2008 제8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2003 제1회 안견 미술문화대상 외 다수
입니다. 한국적 미감과 민족의 사상적 얼을 바탕으로 비판과
경력
저항, 고민 속에서 새로운 역사의식으로 태어난 예술이라면 2014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서울대학교 박물관 관장
수묵으로 그렸든, 유화로 그렸든 양식과 매재에 관계없이 참 한국벽화연구소 소장
상명대학교 석좌교수
다운 현대 한국의 회화, 즉 한국화가 될 것 입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회 이사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외 다수
한국미술진흥원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