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KOREA ART TIME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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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im, Hyung Gn




















       모습으로 기품 있게 그려져 있다.                                     영원의 회귀를 재현한 작품들


       국전 대통령상에 빛나는 ‘과녁’도 실은 통영 부근 남망산에                       그렇기 때문에 김형근 화백은 사물의 겉모습 보다는 그 사물의
       위치한 활터의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본질을, 찰나적 이미지의 포착. 재생보다는 사물 속에 인간이
                                                              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생명성, 영원성의 꿈을 담아 표현하
       ‘영원의 장’을 비롯하여 유토피아를 몽환적으로 형상화해낸                        고 있다.
       일련의 작품들에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통영의 바다와
       들과 하늘이 녹아들어 있다.                                        그가 그리는 여인상들은 다양한 의상과 액세서리, 배경을 지니
                                                              고 있지만 동일한 인물과 표정, 동일한 측면 각도를 유지하고
       그의  정물에서  볼  수  있는  고고하면서도  단아한  기품에는                  있다. 이 여인은 특정 시기의 특정한 매력을 지닌 구체적인
       유학자 집안의 정결함이, 이국적 취향의 여인상 시리즈에는                        여인이라기보다는 우리 마음속에 꿈꾸어 왔던 누이이며 어머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역 특유의 열정과 호방함이 묻어나있다.                      니이자 연인이고 마돈나이다. 그렇기에 김형근 화백의 여인상
                                                              은 패션의 변화와 관계없이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보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난 은백색                                     적인 미의식을 담고 있다. 이러한 미의 원초성, 영원성에 대한
                                                              추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일련의 ‘영원의 장’ 시리
       고향 못지않게 김화백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젊은  즈를 비롯한 작품들이다.
       시절 겪었던 사후세계에 관한 기억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요단강가에서 보았을 듯한, 혹은
       그는 30을 전후한 나이에 의사의 오진으로 사망 판정을 받고  아득한 어린 시절 아무 욕심도 없고 세상 풍파에 물들지 않았
       시체실로 끌려갔던 독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던 순수했던 마음으로 상상했을 법한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를
                                                              몽환적 신비적인 색채로 그내고 있다.
       순간 그는 화가로서의 직업의식이 발동, 사후세계의 색채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이들 작품을 통해 재현해내려 했던 이상향은 미당 서정주
                                                              가 『신라초』를 통해 그리고자 했던 자연과 인간이 일체화된 상
       “죽어서 본 세상의 색깔은 온통 은백색이었습니다. 왜 그 동안  상의 고향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을 그토록 여유 없이 살았던가 하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
       니다.”                                                   그는  16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집념의 예술가이다. 미국 뉴저지시가 매년 4월 한 달을
       이러한 독특한 경험을 한 후 김형근 화백은 조형세계에 있어                       ‘김형근 화가의 달’로 정해 기념할 정도로 외국 평단에 의해 ‘
       서나 예술 철학에 있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동양의 신비’로 일컬어지고 있는 사람. 그가 바로 해리(海里)
                                                              김형근 화백이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투명하고 영롱한 은백색은 그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해주고 있다.                                                      김형근 (金炯菫)
                                                                                       수상
       죽음 바로 직전에까지 갔다 왔다는 기억은 어쩔 수 없이 현실                                               1970 제19회 국전대통령상
                                                                                       1969 제18회 국전문공부장관상 (문화공보부)
       에 일희일비하던 그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조                                               1968 경남문화상 (경상남도) / 제17회 국전특선 외 다수
       형세계에 있어서도 현실적 존재성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초월                                                 전시
                                                                                       1994 서울국제현대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한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명상을 통해 신비롭게 표현                                               1992  '92현대미술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1987 세계풍물스케치전 (호암갤러리) /
       하는데 보다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한국인물화전 (호암갤러리)
                                                                                       1986  '86서울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의어제와오늘전 (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
                                                                                                       한국미술진흥원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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