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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보기로 했다. 먼저 옷 서랍을 열어보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 앞으로 20

        년, 30년, 40년 동안 계속 입을 수 있는 옷이 있을까. 그때 내 몸은 지금 이 옷을 입을 수
        있는 형태(?)일까. 요즘같이 날이 추울 때 옷을 여러 겹 입으면 몸이 무겁고 움직이기 불
        편한데 “나이 들어서 옷 잘못 입으면 무시하고 만만하게 봐서 치근댄다.”는 효정의 말처

        럼 누군가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두툼한 패딩점퍼 보다는 코트를 입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효정은 스카프를 자주 하고, 깨끗한 셔츠 위에 차분한 색의 니트나 가디건을 걸쳐 입

        는다. 날이 선선할 땐 멋진 비둘기 색 코트를 깃을 세워 입는다. 극 중 효정의 옷차림을 칭
        찬하는 사람들 혹은 몸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도무지 그게 칭찬인지 뭔

        지 영화를 보는 내내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효정은 언제부터 옷에 대한 생각을 정
        리한 걸까. 내 나이였을 때의 효정은 코트대신 패딩점퍼를 자주 입기도 했을까.





              결국 만만해 보이지 않는 코트를 입고 밖에 나가기로 한 69세의 나는 이제 어디로 갈
        까. 35세인 지금이라면 갈 곳이 정해져 있다. 작업실에 가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필

        라테스 센터로 향하면 된다. 필라테스는 지금까지 해본 운동 중에 가장 오래, 가장 재미
        있게 하고 있는 운동이다. 자금 사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운동을 하고 싶은데 앞으로
        30+년이라 생각하면 또 가늠이 안 된다. 효정은 수영을 하러 다닌다. 효정을 만났던 성폭

        력 상담센터의 간사는 효정과 수영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젊을 땐 많은 걸 시도하
        셨다는데 나이 드시곤 관절 때문에 다 포기하시고 지금은 수영이 유일하시다.”고. 효정이

        시도한 많은 것들 중에 지금까지 내가 해본 필라테스, 복싱, 발레, 현대무용, 요가, 댄스스
        포츠도 있을까. 결국 효정이 수영에 정착한 시기는 옷을 잘 입기로 결심한 시기와 비슷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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