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각본집_사이즈변경.indd
P. 60

사람이 구속이 됐을까요...?” 나이든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는 말을 믿지 못해서 진척이 더

        디느냐는 질문을 던진 효정은 자신의 옷차림에 대해 말한다.





        효정     나이 들어서 험한 일 하고, 혼자 사는 여자로 보이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고, 치근대요. 옷이라도 잘 차려입으면 그게 덜해요. (고 형사 보고) 이 정도

                  입고 다니면 제가 안전해 보입니까?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옷을 잘 차려입는 효정은 같이 수영을 배우는 여자들
        로부터는 “여태 몸매가 처녀 같으시네.”라는 말을, 가해자로부터는 “다리가 예쁘세요.”,

        “뒤에서 보면 아가씨 같으시던데.”와 같은 말을 듣는다. 말하는 쪽에서는 칭찬일지 모르
        지만, 실은 외모를 품평하는 말일 뿐이다. 하지만 효정에게 이 깔끔한 차림새는 자신을
        표현하는 멋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갑옷에 가깝다. 수영을 하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고,

        옷차림을 말끔히 하는 것은 무시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미묘하게 ‘그런
        일을 당할 만한’ 빌미로 보이는가 싶어 효정은 초조해진다. 게다가 나이도, 복용 중인 약
        도 문제가 된다. 사건과 관련해서 효정이 언급한 송미자라는 사람은 공식적으로 병원에

        서 일한 기록이 없는 사람이라 치매일 가능성을 의심받는다. 젊은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
        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버렸는데, 피해를 입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니 효
        정은 동인에게도, 형사에게도 자신을 믿느냐고 거듭 묻는다. 동인이 문제해결을 도우려

        다 다치기까지 하자 그의 집을 나온 효정이 갈 곳은, 예전에 자신을 성추행했던 노인 환
        자를 다시 간병하는 자리뿐이다.





              <69세>에는 반전이라고 부를 만한 대목이 두 곳 있다. 하나는 42신이다. 예전에 간

        병한 노인 환자를 다시 간병하는 효정은 “경멸의 시선으로 빤히 내려다보”며 말한다. “할
        아버지. 나야...일자리 생겨 좋지만, 딸 고생 그만 시키고 어서 가세요-.” 성폭행을 당하




        62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