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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에 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틈틈이 일한 지 벌써 5개월째에 접어들
었다. 그동안 해외로 이주를 앞둔 친구의 보험을 만들기도 했고, 졸업하고도 유일하게 정
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영화과 동기 언니의 보험도, 이제는 교수가 된 선배의 보험도
만들어 봤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보험을 만들기 전 연습 삼아 가상의 인물 보험도 이것
저것 만들어 봤다. 설계사의 특권이랄까. 가상 인물의 성별과 나이, 직업을 설정하고 이
런 저런 보장 내용을 골라 넣으면 뿅 하고 하나의 보험이 완성되는데, 영화 캐릭터를 만
드는 것보다 훨씬 쉽고 직관적이라 재미도 있다.
보험은 ‘만기’가 정해져 있다. 짧게는 1년, 5년, 10년 만기인 보험도 있고 80세까지,
90세까지, 100세 혹은 종신까지인 보험도 있다. 이런 숫자들을 앞에 두고 있으면 자연히
노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80세의 나는
살아 있을까. 20대 의뢰인의 보험을 만들다 보면 80세 만기도 무척 길게 느껴지지만, 40
대 의뢰인의 보험에선 80세 만기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고 아무리 상
상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종신(마칠 종:終, 몸 신:身)이라는 글자 앞에서
자주 시선이 멈춘다. 몸이 끝나는 시간. 살아있지만 몸의 시간은 끝났다고 느껴지는 삶도
언젠가 살게 될까.
영화 <69세>의 주인공 효정(이름이 상당이 후반부에 나오기 때문에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은 영화 속에서 주변 인물들에게 어르신, 할머니, 노인네, 아주머니, 선생님 등으
로 불린다. 언제부터 나도 효정이 듣는 호칭들로 불리게 될까. 지금까지는 저기요, 거기
요, 여기요, 아가씨, 학생 등으로 불렸는데 ‘할머니’라는 호칭은 언제 추가될까. 60세 언저
리일까.
밖에서 어르신, 노인네, 선생님, 할머니, 아주머니라고 불릴 날을 상상하면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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