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2023서울고 35회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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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고등학교 등산모임치고는 대단위 모임은 대한민국에서 내 모교가 독
보적일 것이다. 정규 산행인 경우 한 번에 보통 4~5백 명이 모인다.
대절한 관광버스 15대 정도가 나란히 이동하니 가히 장관(壯觀)이라 할 수 있다.
출발과 도착지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이다. 산행 후 뒤풀이를
할라치면 압구정동 뒷골목 생맥주집들이 빈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시골에 온
후로는 고교 총산모임에 동참하기가 어렵지만,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가능한 참석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나도 동문 총산 후 뒤풀이로 생맥주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형! 나 모르겠어?"
"너 00이 아니냐? 한00! 맞지?"
내 술자리 옆에 두 사람 건너 문예반 선배가 앉아 있었다. 나보다 일 년 선배....
문예반의 폭력이 이루어지던 그 날 에도 침묵을 지키던 목격자 중 하나...
서로의 안부 인사가 끝나고...
"형! 부탁이 있는데... 들어 줄 거지?"
"그래! 뭔데?"
"다음 총산에 올 때, ㅇㅇㅇ선배 좀 데리고 와!"
"그래! 내가 얘기해볼게! 가능한 같이 와볼게!"
"형! 고마워! 꼭 그렇게 해줘! 내 눈앞에 나타나면 그 인간 손모가지를 비틀
어 버릴 거야!"
갑자기 선배의 말수가 적어지더니, 얼굴색이 변하는 것 같았다. 나도 얼큰히
술이 올른 터라 선배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 나~, ~ 화장실 좀...."
들릴 듯 말 듯한 혼잣말을 하고는 내가 제정신을 차렸을 때 그 선배는 자리에
없었다.
그 후로는 그 선배도 얼굴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아~ 쪼잔한 인간들 내가 그렇게 무섭나?'
'술김에 한 소린데...'
내가 꼭 선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형! 나 그렇게 폭력적이지도 않고 간도 크지 않아!"
26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