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2023서울고 35회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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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서초동으로 이사한 후에는 그런 경치를 보려면 강원도로 여행을 가야만 볼
수 있었다.
왜 32회 선배들이 학교 이전에 대해서 교문 돌파까지 시도 하면서 반대했는
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가 본 서초동 교사도 지금은 나무들도 많이 자
라고 좋아졌지만, 수 백 년 왕조의 얼이 서린 경희궁터에 비할 수는 없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도 대과에 급제해야 출입이 가능한 왕궁에서 우리는
입학식도 하고, 공부도 하였으니 우리는 선택 받은 사람들이 분명하다. 전 세계
에서 고등학교가 왕궁에 위치한 것은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그래서 누가 했던 말이 사실인 것이다. 세상에 고등학교는 딱 2개다. 하나는
"서울고", 나머지는 "기타고"라고...
학생부실과 학생부 선생님들
그 당시 학생부실과 학생부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광화문
교사에서 학생부실은 본관 2층에 있었다. 나의 담임 선생님이신 이평종 선생님
도 학생부 선생님이었다.
교회 장로이시면서 독실한 크리스챤이셨던 선생님과 학생부는 어울리지 않
았지만 아마도 선생님들 중 서울고 출신은 의무적으로 학생부에 배정되었던 것
같다.
원래 학생부실 청소는 2학년 담당이었는데 2학년 선배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바람에 그 주에 주번이었던 나와 짝꿍인 박 모 군은 담임 선생님의 명령으로 며
칠간 학생부 청소를 하게 되었다.
아무리 청소라는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직무를 수행한다지만 학생부실에 들
어가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들어오시는 선생님마다 "너희들은 뭘 잘못해
서 여기 왔냐?" 하시면서 대답도 하기 전에 매부터 들어왔다.
조폭 영화에서 나오듯이 경찰서에서 처음 본 얼굴들을 형사들이 죄다 범죄자
로 여기듯이 나와 박 모 군이 그 상황이었다. 하기야 모범생이 학생부 출입을 할
일은 없을테고, 대부분 교칙을 위반하여 학생부로 불려올 테니까 이해는 되었다.
35 _ 4060 우리들의 3色5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