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성북문창반 전자시집 제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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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해솔길









         해풍을 안고 살아서일까


         육지보다 더 진한 섬 단풍

         개미허리 같은 해솔길 걸으며


         휴면 중 떠 있는 그림 같은 등대

         슬픈 이별 같은 통보를 느꼈다





         아픈 무릎은 차 안에 내려두고

         의지로 넘은 구 봉 고개

         다리보다 더 아픈 심장


         가쁜 숨 토해내던 생과 사의 갈림길

         수렁 속으로 꿈이 허물어지는 듯





         썰물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

         갯내 음 물씬 고인 돌 틈 사이


         살아 움직이는 애기소라

         눈 마주친 찰나의 순간

         재빨리 자기 집속으로 몸을 숨긴다





         아 이 작은 미물에게도


         이런 삶의 방식이 있었구나

         세상 밖 드러내기 싫은 흐린 민낯

         소라의 작은 껍질 속에라도


         꼭 숨어 실컷 울고 싶다



                                                                                          성북문창반 전자시집-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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