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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 2025 Spring _ Vol. 390





          모에 속합니다. 30개 진료과에서 하루에 5000        시는 거예요. 그 뜻을 따라서 의대에 갔어요. 썩        피로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스트레스거든요. 그
          명 가까운 외래 환자를 봅니다. 예전 6·25 전쟁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입학했지만 가보니 아주           러니까 극복하지 못할 스트레스가 자꾸 지속되
          이나 월남전에 참전하셨던 국가유공자와 그 가           못할 만큼 적성에 안 맞는 것도 아니고, 학교를         면 그걸로 피로 증상이나 통증 증상이 나타나는
          족들 뿐 아니라 경찰, 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들도        그만두고 공대를 갈 만큼 미련이 남은 것도 아니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에 관심을 갖
          우리 병원에서 치료 받으면 치료비 감면 혜택을          라서 계속 다녔지요.”                       게 됐지요. 원래는 제가 있던 학회가 심신의학회
          받을 수 있어요.”                                                            라는 이름이었는데, 이 학회가 대한스트레스학회
                                             그 시절 친구 분들은 아직도 좀 보시나요.            로 이름이 바뀐 거예요. 그 후에 스트레스학회장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병원을 이끌어 가실 계           “가끔 만나죠. 그때 같이 재수했던 친구들도 보         도 하게 됐지요.”
         획이신지요.                              고, 또 3학년 반창회도 아직 해요. 우리가 3학년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들이 이제 점점 연세가 많         8반이었는데, 그 때 반장이던 이상일이라는 친구         그러면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만성피로 전문
          아지고 있어요. 병원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평균          가 열심히 반창회 조직해서 연락 돌리고 했어요.         가로서 동문들과 재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70대 중반 남자 환자분들이에요. 우리 의료 서비        담임 선생님이셨던 최기홍 국어 선생님도 모시           받는다든가, 혹은 만성피로에 빠지지 않는다
          스도 여기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봐요. 그분들         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는 못 나갔는데, 다       든가 할 만한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 내원이 쉽지 않으시니까, 장기적으로는 비대          른 친구들은 잘 모이더라고요. 요즘에는 제가 사         “우리가 피로를 느낀다고 다 만성피로는 아니에
          면 진료도 하고 가정 방문 진료도 하는 식으로 바        는 양천구 목동에서 ‘목동 모임’이라는 동문 모임        요. 6개월 이상 된 피로를 만성피로라고 합니다.
          뀌어야 하는 거죠. 취임 후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을 만들어서 모이고 있습니다.”                  어젯밤 잠을 잘 못 잤다거나 또는 낮에 무리해서
          향후 변화를 주도할 미래위원회라는 걸 만들었                                              피곤한 것은 생리적인 피로라서 대개 시간이 지
          어요. 고령화하는 보훈 가족들을 위한 맞춤형 치         선배님은 의학 분야 중에서도 스트레스 쪽을            나면 좋아집니다. 크게 걱정할 게 없어요. 그런데
          료도 하고 민간인 진료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많이 연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스          원인과 관계없이 한 달 이상 피로가 계속되면 이
          만들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트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건 뭔가 이상한 거거든요. 그런 걸 지속성 피로라
          탄탄한 자기 역할을 잘 하는 공공의료기관이기           “제 전공이 가정의학과잖아요. 가정의학이 뭐냐          고 해요. 그게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라
          는 합니다. 보유하고 있는 의료 장비도 매우 훌륭        면, 주변에서 보는 흔한 질환을 과를 가리지 않고        고 합니다. 그러니까 만성피로는 그 기간을 이야
          하고요.”                              보는 거예요. 의학이라는 게 굉장히 세분화됐잖          기하는 거지, 병 이름이 아니에요. 잘 모르니까 만
                                             아요. 내과, 외과, 소아과 뭐 이런 식으로…. 또 내     성피로가 무슨 병명처럼 들리지만, 실은 만성피
          이제 고교 시절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과 중에서도 신경내과, 소화기내과 이렇게 더 세         로에도 많은 원인이 있어요. 실제로 질환이 만성
          서울고 재학 시절에 의대를 지망한 계기가 있           분화돼요. 이른바 초전문화라고 하는데, 그러다          피로의 원인인 경우는 30~40% 정도 밖에 안 됩
         으셨나요?                               보면 환자를 총체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장기(臟        니다. 나머지는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적인 이
          “고등학교 시절은 너무 오래전이라…, 하하. 솔직        器)위주로 보게 되거든. 그렇게 되면 우리가 ‘홀        유나 또는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의대를 지망하지 않았           퍼스널 어프로치’, 이른바 ‘전인적 진료’를 하는데       또 하나, 다른 원인이 뭐냐? 생활 습관이에요. 운
          어요. 원래는 공대를 가기 원했어요. 그래서 시험        도 제약이 생겨요. 반면 가정의학과는 어떤 증상         동을 너무 안 한다든가, 술, 담배를 너무 좋아한다
          도 공대를 봤는데 떨어졌어요. 본고사에서 나온          이 있으면 생물학, 사회학, 정신과학적인 접근을         던가, 약물 복용을 많이 한다든가 등등 생활 습관
          문제가, 분명히 평소에 많이 풀어서 잘 아는 문제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머리가 아프다고 다 편        과 관련된 것들이 만성피로의 원인이 됩니다. 만
          인데, 그날은 풀리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재수         두통은 아니잖아요. 머리가 아픈 원인의 상당수          성피로 중 한 5%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를 했지요. 당시는 고교 평준화 영향으로 우리 학        는 신경성, 흔히 이야기하는 스트레스성이에요.          도 있지만, 그것까지 이야기하는 건 좀 복잡하고
          교 선생님들이 많이 교직을 그만두고 재수학원           그래서 가정의학과에서는 환자를 보면 다각도로,          요. 어쨌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스
          으로 가실 때였는데, 그 인연이 닿아서 고교시절         사회적 측면 생물학적 측면을 다 분석합니다. 그         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됩니다. 또 평소에 규칙적
          선생님 여러 분이 강사로 재직하시던 한 학원에          런 이유로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스트레스를 중           인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레벨이 떨어지고, 술, 담
          서 재수 생활을 했습니다.                     요하게 생각해요.”                         배, 커피를 많이 하면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가기
          당시 고교 동기들 스무 명 남짓이 함께 재수를 했                                           도 해요. 즉 긍정적인 생각과 좋은 생활 습관이
          어요. 그러다보니 재수할 때도 고등학교 시절처          스트레스를 중요하게 보시는군요.                  중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한 달 이상 특별한 이유
          럼 재미있죠. 그렇게 다시 대학에 지원할 때가 됐        “제가 세부 전공이 만성피로에요. 우리나라에서          없이 피로가 지속되면 일단 의사 진찰을 받아볼
          는데, 그때 선친께서 ‘의과대학을 가라’고 말씀하        만성피로 클리닉도 제일 먼저 만들었어요. 만성          필요가 있고요. 생각보다 간단하지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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