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마른 잔디 틈새에도 봄 쑥은 돋아나고
달래 냉이 꽃다지가 흐드러진 언덕 위에
아지랑이 아롱아롱 피어오르면
나물캐는 봄 처녀의 바구니가 넘쳐난다
가을 곡식은 민들레 꽃씨 날 듯 바닥이 나고
시퍼런 보리 이삭은 익을 날이 아직 멀다
풀 뿌리와 나무 껍질로 주린 배를 달래던 시절
뒤돌아 보고 싶지 않은 허기진 보릿고개였다
곡식 몇 알 떠 다니는 뜨거운 쑥 죽
눈물 반 설움 반이 한 그릇이었지
잊으려고 눈을 감아도 잊혀지지 않는
아련하게 떠 오르는 모습 어머니 얼굴
심 강 만 37
심 강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