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성북문창반 전자시집 제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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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마른 잔디 틈새에도 봄 쑥은 돋아나고
            달래 냉이 꽃다지가 흐드러진 언덕 위에

            아지랑이 아롱아롱 피어오르면

            나물캐는 봄 처녀의 바구니가 넘쳐난다



            가을 곡식은 민들레 꽃씨 날 듯 바닥이 나고

            시퍼런 보리 이삭은 익을 날이 아직 멀다

            풀 뿌리와 나무 껍질로 주린 배를 달래던 시절

            뒤돌아 보고 싶지 않은 허기진 보릿고개였다



            곡식 몇 알 떠 다니는 뜨거운 쑥 죽

            눈물 반 설움 반이 한 그릇이었지

            잊으려고 눈을 감아도 잊혀지지 않는
            아련하게 떠 오르는 모습 어머니 얼굴
















                                                         심 강 만        37
                                                         심 강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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