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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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범위가 자신을 잘 아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넓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규모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
두 사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기를 잘 아는
사람 앞에서 삼가할 행동이면 다른 사람 앞에서도 조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슬
리퍼를 끌고 다니거나 잠옷을 안에 입은 채로 돌아다니다 대하기 어려운 지인을
만나는 것이 부끄럽다면, 모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하지말아야 하는 것이다.
몇 년전 유럽의 여행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등산복 차림이 큰 이슈가 된적
이 있었다. 일상복이 된 등산복을 해외여행에도 입고 나오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현지 여행사의 안내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행은 편안하게 즐기는 것인데 등산복처럼 편한 옷이 어디있냐며 내가 편하면
그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문제는 등산복을 입은 여행객이 현지인들에게
는 상당히 튄다는 것이고, 굳이 이상하다는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입을 필요가 있
느냐, 격식에 맞춰 옷을 입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사실 유명
박물관에 등산복 입고 오는 관광객은 우리나라 관광객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이나 일본의 료칸 같은 데에서 등산복을 입지 말아달라
고 요청했다가 이게 뭐가 문제냐고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아예 한국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곳들도 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을 모아 놓은 미술관에
가는데, 등산복, 등산화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고, 운동복 차림으로 전시회를 찾는
외국인을 본다면 우리도 그 사람들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우리가 동네에 있으면 동네 룰을 따르고 더 큰 도시로 나가면 그 도시의 룰을,
그리고 우리나라를 벗어나 외국에 나가면 현지의 국제룰을 따르는 것이 맞지 않
나 싶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이 말은 ‘로마에 있다면 로마인처럼
행동하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라는 의미이다.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파스타를 먹을때, 숫가락에 면을 돌려 먹는 것도 현지
인에게는 유치한 행동이고, 면요리를 먹을 때 ‘국룰’로 통하는 ‘면치기’도 삼가해
야할 행동으로 만약에 한다면 심지어는 ‘차별’을 받을 수도 있기에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현지인이 삼가하는 우리의 ‘국룰’을 우리나라를 벗
어난 곳에서는 잠시 유보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한다.
151 _ 4060 우리들의 3色5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