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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자랑한 들 누가 산이 좋아서 또는 산을 잘 타서 다녀왔다고 부러워하겠는
가 말이다. 명산의 참 뜻은 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랜만에 때때로 친구, 선배들과 즐기는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종주산행은
또 어떤가? 이 보다 더 긴 거리를 요구하는 종주산행도 많지만 모두가 자기 체력
이 감당할 수 있는 내에서 하면 즐겁다. 긴 호흡으로 정신의 자유를 즐기기에 종
주만한 것이 없다.
나에게 지리산 종주는 힘을 자랑하는 체력운동이 아니라 천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정신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천진한 친구들과 어느덧 고교 졸업 40
주년을 맞는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우정은 산처럼 높다. 함께 우정을 나눠 온 친구들에
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가 없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오래오래 재미있게 산행을 즐기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
나에게까지 올지 몰랐던 환갑이라는 나이를 목전에 두고 보니, 산행은 가장 사
람답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음을 그간 경험으로 충분히 학습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인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고 했다.
산은 누구에게나 한 번
쯤 만물의 존재를 묻고 스스
로 답하게 하는 고마운 매개
체가 아닐까 한다. “인간에
게 있어서 중요한 양식은 사
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을 엮는 끈에서 나온
다”고 했다. 나에게는 그 끈
이 ‘산’이다.
172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