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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色 세상
오렌지색
나의
작은 자서전
이진용 (11반)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이른 아침에 초록이 짙어가는 충남대 교정을 걸었다.
출근길 48번 버스에서 내려 연구실로 올라가면서 불현듯 고등학교 시절에 옛 경
희궁터 내 오래된 건물 1층 방송반실 창문 밖 비 내리는 교정을 물끄러미 바라보
고 있던 까까머리 앳된 얼굴을 떠올렸다.
길지 않은 3개월 남짓 기간이었지만 지금도 남아 있는 1학년 1학기 광화문 캠
퍼스의 추억. 아주 오래전 아련하기도 하면서 바로 어제처럼 생생한 기억... 그랬
다. 나는 비가 내리는 교정의 풍성한 초록과 비가 그친 후엔 더욱 짙어지고 깨끗
했던, 아름드리 나무들의 푸른 잎과 잘 어울리며 영욕의 긴 세월 속에서도 담백
하게 그 자리를 지켜온 우리 학교의 풍경을 좋아했다.
퇴계로에 위치한 서울충무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서소문에 있었던 배재학당에
서 중학교 시절을 지낸 내게 처음으로 서울고(학생)의 이미지를 심어준 계기는
교내 등나무 쉼터에서였다. 가끔 쉼터에서 보았던 고등학교 형들 여럿이서 하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야 서울 걔네들은 샌님들이어서... 이화애들이 우릴
더 좋아하는거야~ 여고생들도 아니고 교복에 무슨 흰색 카라를 한 건 또 어떻고...
62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