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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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공부만 해서 그런 건지... 당시 이화여고와 담장을 마주하고 있어서 운동
장에서 놀 때면 등·하교하는 누나(?)들을 볼 수 있었다. 배재·양정 정기전 응원
연습을 할 때면 운동장 건너편 건물 교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이화여고 학생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막연하게나마 배재고등학
교로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바랬었다. 사학의 명문 배재학당이 아니던가.
라디오에서 고등학교 배정결과가 방송으로 나왔다. 서울고로 결정되었다. 내
심 배재가 최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였었는데, 서울고가 명문중에 명
문이라면서 어머니와 형들이 무척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랬다. 나는 그때까지 서울고가 어떤 전통을 지닌 최고의
학교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지도!
교훈!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 어디에서나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 3년의 고교시절은 지났지만 그때 배웠던 이 가르침은 지금도 내게 남아있
다. 인왕의~ 억센 바위~ 정기를 타고~ 목이 터져라 부르던 교가와 함께... 훌륭하
신 스승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SEBC 여기는 서울교육방송국입니다. 특별
활동으로 방송반을 함께했던 동기와 선배 후배들... 3학년 11반 최효일 담임선생
님. 부족한 제자의 해군사관학교 최종 합격소식을 들으신 순간 교무실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우리 반 이진용이가 해사에 합격했다’고 나보다 더 기쁘게 자랑
하시던 모습... 그립습니다. 존경합니다.
1983년 2월 해군사관학교 가입교 훈련기간과 겹쳐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나눈게 아쉬웠다. 입교식 때 부모님
께서 가져다주신 졸업앨범과 개근상장, 공로상장...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
당시 해군사관학교장(해군소장)이 서울고 대선배라며 신입생도인 내게 더욱 열
심히 하도록 경희인의 자긍심을 일깨워주고 생도생활 뿐만 아니라 임관 이후 실
무에서도 계속 응원해 주셨던 서울고 선배님... 감사합니다.
1987년 해군소위로 임관해서 구축함 통신관으로 부임했다. 육군으로 치면 최
전방 부대 소대장 격이다. 지휘관이 하늘처럼 보이던 그 시절 계급이나 지위, 역
63 _ 4060 우리들의 3色5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