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2022강화산-존재의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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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전 31회, 아트페어 6회, 그룹전 국내외 300여 회 출품하였으며, 1990년부터 ‘우연의 지배’라는 주
                                         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주제를 다루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광진·포천지회, 현대미술 작가
                                         회, 선과 색, 한국전업미술가협회, Gnaru, 예형회 회원, 수목원 가는 길 문화마당,
                                         2) 김광명, 「예술에서의 ‘우연’의 문제와 의미」. 『미술과 비평』 2021년 71호



                                           우연이란 본디 예측이 어려우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이다. 운이나 우연은 무작
                                         위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연을 헤아리는 일은 전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에 의
                                         존한다. 인간의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위대한 자산이다. 역설적으로 우
                                         연의 존재로 인해 우리의 삶은 역동적이고 긴장감을 자아내며 때로는 풍요롭게 된다.
               우연의 지배-고기잡이, 캔버스에 혼합재료,   현대과학이 표방하는 우주의 모습은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나 라플라
                            112x112.1cm, 1991
                                         스(Pierre Simon, marquis de Laplace, 1749-1827)가 주장하듯, 기계적인 필연
                                         성으로 관철된 것이 아니라 필연과 우연의 본질에서 얽히고설킨 역동적인 세계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으며, 새로운 것이 생기고 또한 소멸하는 세계이다.
                                         우연은 필연에 대항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필연과 더불어 세계를 만들어내는 본질적
                                         인 요소이다. 우연은 인간에게 미지의 미래세계를 열어 준다. 그것은 ‘암흑의 미래’가
                                         아니라 매혹으로 가득 찬 ‘경이로운 미래’이다. 우연의 다양한 형태를 어떻게 이해하
                                         고, 그것과 어떻게 맞설 것인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다. 3) 이 과제가 해명될
                                         때 세계는 더욱 확실해지고 분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뒤이어 살펴보겠지만, 이 점은
             우연의 지배-단생 birth, Oil on canvas. Oil on   작가 강구원의 작품 세계에 잘 드러나 있다.
                    wood board, 115x65.2cm, 1991
                                           과학이나 종교 혹은 인간의 양심 등에 있어서 절대적 진리나 보편적 진리가 제한적
                                         으로 가능하지만, 진리는 문화적 상대주의나 역사적 상황에 따른 변수에 의존한다.
                                         변수는 상수(常數)와는 달리 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가변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4) 진리란 절대적이라거나 상대적이라는 양자택일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문화적, 역
                                         사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가변적 산물이며 상대적 절대성과 절대적 상대성을 아울러
                                         지닌다. 예를 들어, 예술에서 개념이나 관념을 주요 근거로 삼는 “개념미술가들은 합
                                         리주의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신비주의자이다. 그들은 논리가 도달할 수 없는 결론으
                                         로 도약한다.”5) 논리적 접근이 어려운 곳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 신비주의의 영역이
                                         다. 이를 필연과 우연으로 대비해보면, 우연의 영역이다. 개념으로서는 합리적 결론
                                         에 다다를 수 없으며 ‘논리가 도달할 수 없는 결론’이란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계속해
                                         서 ‘비합리적인’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우연은 비합리성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다.
                                           미적 대상과 그 시각적 표현의 변천과 전개 과정인 미술사에서도 다음의 언급은 눈
                                         여겨볼 대목이다. 즉, 오스트리아의 소설가·저널리스트·극작가·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 1881~1942)는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1153년부터 1차 세
                                         계대전이 끝난 1917년까지의 역사에서 우연의 순간이 역사적 흐름을 바꾼 사례를 들
                                         고 있다. 그는 심지어 “우연이야말로 수많은 위대한 업적의 아버지다.”6)라고 말한다.
                                         예술이 시대의 반영이라면, 당연히 예술은 시대에 반영된 우연적 요소까지 포착하여

                                         3) 다케우치 게이, 우연의 과학 자연과 인간 역사에서의 확률론』, 서영덕·조민영 역, 윤출판, 2014, 230-231.
                                         4) 피터 R.칼브, 『1980년 이후 현대미술-동시대 미술의 지도 그리기, 배혜정 역, 미진사, 2020,17쪽.
                                         5) Sol Lewitt, “Sentences on Conceptual Art”(1969), Ellen Johnson(ed.),American Artists on
                                         Art, New York: Harper and Row, 1982, 125쪽.
           우연의 지배-빗방울 raindrop, 캔버스에 오일. 나무  6) 슈테판 츠바이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인류 역사를 바꾼 운명의 순간들 1453-1917』
           판에 오일. Oil on canvas. Oil on wood board,
                             95x121cm, 1991  안인희 역,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04(1판 1쇄), 2020(2판 2쇄),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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